[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메이저리그는 스타들로 넘쳐난다. 한때 젊은 팬들의 유입이 줄어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젊은 스타들이 줄줄이 등장하며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반면, KBO리그는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슈퍼스타가 온데간데 없다. 팬심이 향할 곳이 마땅치 않다.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는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일명 '이도류'로 메이저리그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16일(한국시각) 현재 44홈런에 9승을 기록해 1918년 베이브 루스(13승-11홈런) 이후 103년만에 두 자릿 수 승리-두 자릿 수 홈런에 단 1승만을 남겨놓고 있다.
44개의 홈런을 치는 파괴력 갖춘 타격은 모든 타자들이 부러워하고, 100마일의 빠른 공을 뿌리는 강한 어깨는 모든 투수들의 부러움이다. 만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전무후무한 캐릭터의 탄생.
등판할 때마다, 홈런을 칠 때마다 예전 역사를 끄집어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올스타전에선 홈런 더비에 출전했고, 선발투수와 지명타자로 출전해 올스타전 사상 첫 투타겸업을 한 선수가 됐다.
오타니는 시사주간지 '타임즈'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배우 윤여정씨 등 세계적인 영향력과 화제를 불러온 인물들 속에 오타니는 해리 왕자 부부와 함께 아이콘(Icon·상징)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류현진이 속한 토론토 블루제이스 최고 스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도 오타니와 한판승부 중이다.
홈런왕 경쟁속에 게레로 주니어는 드디어 45개의 홈런으로 44개의 오타니를 제치고 메이저리그 1위에 올랐다. 게레로 주니어는 오타니와 MVP 경쟁을 할 가능성이 높다. 둘의 MVP 가능성에 대한 논쟁이 끊이질 않는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꽉 찬 관중석에서 야구를 즐기는 모습을 TV를 통해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KBO리그는 조용하다. 리그를 이끌어가는 스타가 보이질 않는다.
'야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홈런왕 경쟁이 침울하다. 메이저리그가 오타니와 게레로 주니어의 홈런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한국은 적은 홈런 수로 '도토리 키재기' 경쟁이 됐다.
메이저리그는 50개를 향해 가고 있는데 KBO리그는 아직 30개에도 못 미친다. NC 다이노스 나성범이 28개로 1위에 올라있고, SSG 랜더스 최 정이 27개로 2위, 삼성 라이온즈 호세 피렐라가 25개로 3위를 달린다. 현재의 추세로는 40호 홈런왕은 힘들다. 신기록을 향하는 선수도 보이질 않는다.
투수쪽도 마찬가지. '리그를 찢었다'라고 표현할 만한 확실한 에이스가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외국인 투수들에게 에이스 자리를 뺏긴 지 오래고, 화제성은 급감중이다.
베이징 세대(2008년 금메달)가 저물기 시작하면서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탄생이 드물어졌다는 것이 KBO의 고민이다. 물론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나 강백호(KT 위즈) 등 신예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지만 이승엽과 같이 리그를 대표할 수 있는 확실한 슈퍼 스타로의 성장까지는 좀더 시간이 걸린다.
올해 KBO리그는 야구를 잘해서 국민에게 어필한 것이 별로 없다. 오히려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으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고, 도쿄올림픽에서의 참패로 인해 실망만을 안겼다.
모두들 KBO리그의 위기를 얘기하고 있다. KBO는 16일 선수들의 계속되는 일탈을 방지하고자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프로야구 레전드 선수들과 야구계 인사가 선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담긴 캠페인 영상과 교육 영상을 제작하고, 클린 베이스볼을 위한 가이드북도 만들어 배포한다. 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일구회,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 등 야구와 관련된 단체와 함께 품위를 손상시킬 경우 야구활동에 제한을 받을 수 있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KBO는 일단 선수들이 팬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고 해서 야구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스타가 나와야 한다.
여자배구 김연경을 보면 스타 1명의 파워가 얼마나 큰 지를 알 수 있다. 김연경이 지난 시즌 한국 무대에 복귀하면서 여자배구의 인기를 끌어올린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올림픽에서도 김연경과 함께 한 선수들이 4강 기적을 만들면서 큰 감동을 줬다. 여자 배구 인기는 한층 더 올라갔다.
지금 KBO리그를 대표하는 스타가 누구냐고 물을 때 자신있게 말할 이름 석 자를 발굴하는 것이 KBO리그의 가장 큰 숙제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