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오랫동안 기다렸다. 베테랑 유희관(두산 베어스)이 프로 데뷔 13년만에 마침내 통산 100승의 금자탑에 입맞춤했다.
유희관은 19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등판, 6이닝 동안 6안타 무실점으로 쾌투하며 통산 100승을 완성했다.
유희관의 100승은 KBO리그 역사상 32호(좌완 7번째) 기록. 데뷔 4522일만에 거둔 감격이다. 팀 역사상 장호연-장원준에 이어 3번째, 두산 유니폼을 입고 거둔 승수만 따지면 2번째 위업이다.
유희관은 2013~2020년 8년 연속 선발 10승을 달성한 두산의 간판 투수다. 직구 구속은 130㎞ 초중반에 불과하지만, 절묘한 제구와 완급조절로 매시즌 자신을 향한 의심을 극복해왔다.
커리어 하이는 18승5패 평균자책점 3.94를 기록했던 2015년. 유희관의 든든한 활약 속 우산도 2015~2020년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금자탑을 세웠다. '느림의 미학'이란 멋들어진 별명도 붙었다.
통산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QS)만 91개. 특히 전성기 5년간은 매시즌 등판경기수의 절반 이상을 QS로 장식했던 안정감이 돋보인다.
그랬던 유희관의 QS는 올시즌 3번째다.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법이다.
지난해 8년 연속 10승을 앞두고도 고전했다. 유희관은 8월 28일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시즌 8승을 거둔 이래 9승을 거두기까진 5경기 4패, 한달반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10월 15일 한화 이글스, 10월 29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승리를 따내며 어렵게 10승을 완성했다.
올시즌엔 더욱 난감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1경기에 선발등판해 2승5패 평균자책점 7.48. 유희관답지 않았다. 떨어진 구위를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메꾸는 게 쉽지 않았다. 특히 지난 5월 9일 통산 99승을 올린 뒤론 5경기 연속 승리를 올리지 못하는등 지독한 아홉수에도 시달렸다.
9월 1일에는 KIA를 상대로 6회까지 6이닝 1실점 호투했지만, 팀이 막판 역전을 허용해 100승이 좌절된 기억도 있다. 9월 12일 LG 트윈스전에선 팀이 초반 7-1 리드를 잡았지만, 거듭 적시타를 허용한 끝에 6-5로 1점 앞선 5회 2사에서 교체되는 아쉬움까지 맛봤다.
이날 키움전 역시 위태로움은 앞선 경기들 못지 않았다. 3회 예진원, 4회 송성문, 5회 김혜성에게 잇따라 2루타를 허용하며 거듭 스코어링 포지션을 내줬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고비 때마다 실점없이 마운드를 지켜냈다. 안재석을 비롯한 두산 내야진도 물샐틈없는 수비로 유희관의 뒤를 받쳤다. 거듭된 팀원들의 호수비에 유희관은 박수로 화답하는가 하면,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타격에선 양석환이 4~6회 연타석 홈런으로 5타점을 쓸어담으며 유희관의 승리를 도왔다.
김태형 감독은 7회 홍건희, 8회 이영하, 9회 김강률의 필승조를 잇따라 투입해 유희관의 통산 100승을 확실하게 지켜냈다. 후반기를 7위로 시작했던 두산은 이날 승리로 SSG 랜더스에 이어 키움마저 잡고 리그 5위로 올라섰다. 가을이구나, 싶은 두산의 상승세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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