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거포들이 너도 나도 "앞 포인트"를 외칠 때가 있었다.
타구를 멀리 보내기 위한 최적의 포인트. 앞다리 앞쪽에서 때리는 것이다. 물론 현재적으로도 유효한 말이다.
다만, 빨리 나가야 하는 만큼 유인구에 속을 확률이 높다.
또 하나의 문제점이 있다. 허리 회전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엎어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타격은 회전 운동이기 때문이다.
두산 주포 김재환. 그는 올 시즌 타격 포인트에 대한 고민을 했다. 이제 막 빠져나왔다. 고민을 덜면서 김재환 다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가장 좋았을 때까지는 아니라고 보는데 많이 좋아졌죠. 그동안 복잡했겠죠. 감이 좋아졌다 안 좋아졌다 했으니까. 지금 페이스는 뒤에 잡아놓고 때린다는 생각인데 그 부분이 나은 것 같아요. 일부러 앞에 놓으려 해도 (허리) 회전이 안되면 정타가 나올 수가 없거든요."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시즌 14차전에 앞선 두산 김태형 감독의 설명.
인위적인 앞 포인트를 고집하지 않으면서 선구안과 컨택이 좋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김 감독의 말 그대로였다.
이날 4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김재환은 홈런 포함, 4타수3안타 1볼넷 2타점, 3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1회 첫 타석에서의 눈 야구가 후속 타석 맹타의 발판이 됐다. 볼카운트 0B2S에서 김재환은 볼 4개를 잇달아 골라냈다. 이 중 3개는 스트라이크존에서 떨어지는 포크볼이었다. 히팅포인트가 과거 처럼 앞에 있었다면 헛스윙 삼진이 될 뻔 했던 상황.
2-0으로 앞선 3회 무사 1루에서는 송명기의 초구 127㎞ 바깥쪽 포크볼을 히팅 타이밍을 늦춰 가볍게 밀었다.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적시 2루타가 됐다. 무리하게 당겨쳤다면 2루땅볼이 됐을 타구. 오른쪽으로 잔뜩 밀어놓은 '김재환 시프트' 덕에 1루주자가 어렵지 않게 홈을 밟을 수 있었다. 시프트를 흐트러뜨리는데도 유용한 히팅 포인트의 다변화였다.
그렇다고 늘 뒤에 잡아놓고 때리는 것만도 아니었다.
김재환은 6-0으로 앞선 4회말 1사 후 몸쪽 높은 패스트볼을 전광석화 처럼 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7-0을 만들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시즌 22호 솔로홈런.
다음 타석인 6회 네번째 타석에서는 바깥쪽 123㎞ 슬라이더를 가볍게 밀어 좌전 안타를 뽑아냈다. 인위적 타격포인트가 아닌 상대 투수의 공에 따른 자유자재의 대응. 고른 방향으로 이뤄낸 3루타 빠진 사이클링 히트였다.
두산의 4번타자가 완벽하게 살아났음을 기술적으로 보여준 기분 좋은 하루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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