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무게중심은 이미 이동중이다. 적어도 리그 최고타자를 가리는 쪽으로 한정한다면? 20대 초반 '젊은 그들'이 점령했다.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23)와 KT 위즈 강백호(22).
타격왕 경쟁은 둘만의 진검승부로 점차 발전중이고, 시즌 MVP 경쟁에서도 막판까지 한치 양보없는 기싸움이 예상된다.
지난 21일 변화가 일어났다. 시즌 초반부터 줄곧 4할 타율을 상회하며 고공행진을 펼치던 강백호가 '수위 타자' 자리를 이정후에게 잠시 내줬다. 이정후는 21일 SSG 랜더스전에서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타율 3할6푼5리로 최근 방망이감이 살짝 떨어진 강백호(0.364)를 제치고 타격 1위가 됐다. 하지만 22일 다시 강백호가 3타수 1안타를 때려내며 타율 3할6푼4리로, 이날 2타수 무안타(1타점)에 그친 이정후(0.363)를 끌어내리며 재차 1위를 탈환했다.
타격 3위는 NC 다이노스 양의지(0.335)로 격차가 꽤 된다. 단기간에 뒤집힐 정도는 아니다. 강백호와 이정후의 엎치락뒤치락은 당분간 이어질 듯 하다.
올시즌은 수년간을 통틀어 '타저'가 가장 두드러지는 시즌이다. '타저'라고 해서 '투고'는 아니다. 볼넷의 대거 양산으로 투수들의 성적도 신통치 않지만 리그 타율은 바닥권이다. 2012년 리그 전체타율 2할5푼8리 이후 KBO리그는 타고투저가 트렌드였다. 결국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이라는 극약처방까지 했다. 다소 부침은 있었지만 올시즌은 리그타율이 2할6푼1로 9년만에 최저. 이정후와 강백호는 보란듯이 자신들의 커리어 최고타율을 이어가고 있다. 각각 프로데뷔 5년차, 4년차. 성장 여지가 충분한 상태에서 벌써부터 리그 최정상을 터치했다.
이정후는 옆구리 부상으로 8월 15일부터 9월 9일까지 26일간 결장했다. 복귀후 곧바로 최고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5홈런(101타점)으로 파워업. 올해는 22일 현재 4홈런(60타점)으로 주춤하고 있지만 출루율(0.451)을 대폭 끌어올려 지난해 OPS(출루율+장타율) 0.921보다 개선된 OPS 0.970을 기록중이다. 강백호는 최근 들어 타격 페이스가 다소 떨어졌지만 방망이를 재정비 중이다. 올시즌 14홈런(91타점)은 기대치에 비하면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장타율(0.558)은 이미 개인통산 최고.
타격왕 싸움은 자연스럽게 MVP 경쟁까지 옮아가게 된다. 투수를 제외하고 타자 MVP 후보군을 돌아보면 이정후와 강백호 외에 양의지, 홍창기(LG 트윈스), 김재환(두산 베어스), 최 정(SSG 랜더스) 등이 한창 레이스중이다.
이정후와 강백호는 국가대표에서도 자신들의 자리를 확보한 상태다. 도쿄올림픽 참패는 둘에게도 큰 부담이었지만 언제까지 낙심할 순 없다.
이정후는 연차가 쌓이면서 점차 완전무결한 전천후 타자로 변신하고 있다. '파워맨' 강백호는 지난해에 비해 노림수와 불리한 카운트에서의 대처, 득점권에서의 결정력 등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시즌을 채우면 둘은 해외진출을 노릴 수 있다. 키움은 2년 뒤, KT는 3년 뒤 기회가 온다면 선수의 의지를 꺾지 않겠다고 했다. 이정후와 강백호는 이미 야구 꿈나무들의 롤모델이다. 이들을 보고 후배들은 또 성장의 루트를 찾을 것이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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