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가장 탄탄하다던 KT 위즈 선발진은 9월 들어 다소 들쭉날쭉하다.
특히 외국인 듀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윌리엄 쿠에바스가 등판 때마다 기복을 보여 안정감이 떨어진다. 데스파이네의 경우 지난 8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무성의한' 투구로 이강철 감독의 질책을 받은 뒤 2경기에서 다시 안정을 찾았지만, 언제 또 '도마'에 오를 지 모르는 일이다.
쿠에바스는 아픈 개인사를 겪고 9월에 돌아왔지만, 정상 궤도와는 아직 거리가 있다. 지난 21일 광주 KIA전서 7이닝 5실점의 역투로 승리를 따냈으나, 1회에만 4점을 허용하며 초반 징크스를 드러냈다.
지금 KT 에이스를 꼽으라면 분명 이 둘은 아니다. 결국 토종 선발투수가 로테이션을 이끌고 있다고 봐야 한다. 사이드암스로 고영표가 후반기 최강 선발로 군림하고 있다.
고영표는 지난 4일 잠실 LG 트윈스전 이후 3경기 연속 8이닝 이상을 투구했다. LG전서 8이닝 4안타 1실점, 지난 12일 SSG 랜더스전에서는 9이닝 7안타 무실점으로 생애 첫 완봉승을 따냈고, 가장 최근 등판인 18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도 비록 완투는 놓쳤으나 8⅓이닝 6안타 1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
올시즌 KBO리그에서 3경기 연속 8이닝 투구 기록은 고영표가 유일하다. 이제는 '이닝 이터'의 면모까지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공격적인 투구와 완벽한 제구력, 욕심내지 않는 맞혀잡기가 이닝 소화능력을 높였다. 3경기 동안 4사구를 한 개도 내주지 않았고, 투구수도 이닝당 12~15개를 유지해 7회 이후에도 공에 힘이 살아있다는 분석이다.
후반기 성적을 보면 고영표는 6경기에서 4승, 평균자책점 1.62로 압도적이다. 데스파이네(4.87)와 쿠에바스(4.76)가 선발 6명 중 후반기 평균자책점 팀내 5,6위에 처져 있는 걸 보면 고영표의 존재감과 활약상을 가늠할 수 있다. 전체 투수들을 따져도 후반기 1점대 평균자책점은 고영표 말고 두산 베어스 아리엘 미란다(1.30),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1.98) 둘 뿐이다.
고영표는 후배들에겐 멘토 역할도 하고 있다. 소형준은 지난 12일 SSG전서 7⅓이닝을 투구한 뒤 "영표 형이 '나이가 깡패인데 뭘 그렇게 생각하냐고. 스물 한살인데 여유를 가지라'는 말을 해줬다"고 밝혔다. 당시 이닝 욕심을 부리고 싶었는데, 교체된 뒤 고영표가 무리하지 말라고 조언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배제성은 올초 스프링캠프에서 "내가 워낙 많이 의지한다. 말도 잘 통한다"면서 "선수들도 더 부지런해졌다.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하도록 좋은 영향을 줬다. 원래도 잘 준비했는데 영표 형이 와서 경쟁 같은 면에서도 좋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지금 포스트시즌이 시작된다면 KT 1선발은 누가 뭐래도 고영표가 돼야 한다. 이는 배제성의 언급대로 선발투수들 간 경쟁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했다. '원투 펀치'라고 불리던 데스파이네와 쿠에바스에도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는 활약상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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