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원태인 vs 파슨스의 강속구 맞대결 다음날.
26일 대구에서는 빠르지 않은 투수들의 선발 맞대결이 펼쳐졌다. 최채흥 vs 신민혁의 좌우 컨트롤러의 제구 맞대결.
같은 스타일 두 투수의 눈부신 호투 행진이 펼쳐졌다. 투수의 생명은 '스피드보다 제구'임을 보여준 명품 투수전이었다.
S존의 상하좌우를 폭넓게 활용하며 상대 타자들을 불편하게 했다. 엉거주춤한 자세의 범타가 쏟아졌다. 코너존을 찌르면서 이른 카운트에서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 타자들의 배트가 빠르게 나왔다.
투구수를 확 줄이면서 길게 갈 수 있었다. 5이닝을 최채흥은 단 55구, 신민혁은 67구 만에 마쳤다. 여기에 양 팀 좌익수 김동엽과 최정원의 슈퍼캐치 등 내외야 호수비가 이어지면서 순풍에 돛단 듯한 호투 행진이 이어졌다.
벤치에서 선발투수에게 바라는 바로 그 모습, 최채흥과 신민혁이 약속이나 한듯 나란히 리그 최상급 제구력으로 올시즌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상대 선발의 호투가 적당한 긴장감과 텐션을 끌어올렸다. 어느덧 승부는 자존심 맞대결로 흘렀다.
이렇다 할 위기도 없었다.
최채흥은 1회 1사 후 알테어에게 좌중간 안타를 허용한 뒤 6회 2사까지 16타자를 연속 범타로 돌려세웠다. 실로 놀라운 역투였다.
0-0이던 8회 처음이자 마지막 위기가 찾아왔다. 무사에 박준영에게 내야안타로 1사 2루 득점권 찬스를 허용했다. 최정원에게 이날 첫 볼넷을 허용해 1사 1,2루. NC의 최강 듀오 알테어와 나성범에게 혼신의 기합투로 삼진과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8이닝 113구 5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 역투. 지난해 9월13일 LG전 완봉승 이후 프로데뷔 후 최고의 피칭이었다.
신민혁도 못지 않았다.
2회까지 연속 삼자범퇴를 잡아낸 신민혁은 3회 1사 후 오선진의 사구로 첫 출루를 허용했다.
4회가 유일한 위기가 될 뻔 했다. 선두 피렐라에게 이날 첫 안타를 내줬다. 후속 오재일을 땅볼 처리해 1사 1루. 강민호에게 던진 체인지업이 살짝 몰리면서 좌익선상 빨랫줄 타구가 나왔다. 2루타성 타구. 하지만 좌익수로 출전한 최정원이 빠른 발로 전력질주 한 뒤 몸을 날려 글러브에 공을 넣었다. 선취점을 막은 슈퍼캐치였다. 6회에는 삼성이 자랑하는 구자욱 피렐라를 K-K-K로 잡아냈다. 7회 2사 후 김동엽에게 2번째 안타를 허용했지만 김헌곤을 삼진 처리하고 올시즌 최고 피칭을 완성했다.
7이닝 2안타 4사구 2개, 5탈삼진 무실점. 7이닝 소화는 자신의 최다이닝 타이 기록이다.
경기는 9회말 2사 후 이원석의 끝내기 안타로 삼성이 1대0으로 승리했다. 승패를 떠나 양 팀 선발 투수들의 명품 선발 맞대결이 한주의 끝을 아름답게 물들인 날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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