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정교한 클러치히터이자 리그를 휘어잡는 거포. 20년간 부산의 심장이자 한국 야구 아이콘으로 군림해온 이대호의 이름은 22세 한동희에겐 너무 무겁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이대호가 통산 2000안타와 13시즌 연속 100안타를 때려낸 날, 그 하루만큼은 한동희가 스스로 그 가치를 증명해냈다.
롯데 자이언츠는 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더블헤더 2경기를 모두 휩쓸며 리그 3연승을 달렸다. 멀어진듯 했던 가을야구, 5강을 향한 희망을 횃불처럼 활활 밝혔다.
반면 KT는 전날에 이어 거듭 된 내야 수비 불안을 노출하며 뜻밖의 3연패를 당했다. 전날 강백호 천성호에 이어 이날은 심우준 오윤석의 실책 혹은 그에 가까운 플레이가 상대에게 거듭 득점 기회를 제공했고, 롯데는 차근차근 점수를 올리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공격에선 신본기의 희생번트가 병살타로 이어지는 등 아쉬운 장면이 거듭됐다. 고영표와 엄상백이 역투했지만, 롯데 역시 서튼 감독의 만류에도 112구를 던지며 6이닝 3실점 퀄리티스타트(QS·6이닝 3자책점 이하)를 완성한 박세웅의 투혼이 빛났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한동희가 있었다. 한동희는 더블헤더 1차전에서 2회 선취점을 올리는 적시타, 3-3으로 맞선 8회에는 승부를 결정짓는 결승 2루타를 쳐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2차전에서도 2회 2사 1루에 등장, 우중간 2루타로 안치홍을 불러들이며 선취점을 따냈다. 이어 1-2로 역전당한 4회말 2사 1루에서 등장,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투런포까지 쏘아올렸다. 말 그대로 북치고 장구치며 팀의 더블헤더 2승을 빚어냈다.
1점 앞선 7회말에는 상대 불펜의 제구 난조를 틈타 볼넷 2개와 도루 2개로 1사 2,3루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KT는 조현우 박시영에 이어 마무리 김재윤까지 조기 투입, 이대호를 병살 처리하며 추가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롯데는 1차전에서 박세웅이 6이닝 3실점으로 역투했고, 최준용과 김원중의 특급 계투로 승리를 지켰다. 2차전 선발 이인복 역시 5이닝 8안타 2실점으로 선방했고, 김도규 김진욱 구승민에 이어 불펜으로 이동한 프랑코까지 필승조를 풀가동하며 또한번의 살얼음판 승리를 만들어냈다. 전날 첫 불펜 등판에서 1이닝 4안타 3실점으로 부진했던 프랑코는 압도적인 구위로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승리를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이로써 롯데는 3연승을 내달리며 이날 KIA 타이거즈에 패한 5위 키움 히어로즈를 3경기반 차이로 따라붙었다. 특히 전준우 안치홍 정훈 등 기존 베테랑들 뿐 아니라 그간 타격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던 한동희와 마차도의 방망이까지 뜨겁게 달아오른 점이 인상적이다. 지난주 SSG 랜더스-키움 히어로즈와의 5연전에서 1승1무3패에 그치며 촛불처럼 희미해졌던 5강 희망을 한동희가 횃불로 바꿔놓은 셈.
이날 1차전 930명, 2차전 1340명의 부산 야구팬들이 현장을 찾아 모처럼 더블헤더를 독식한 롯데의 승리를 만끽했다.
반면 KT는 타격 부진이 길어지는 가운데, 뜻밖의 약점까지 드러내며 2위권의 LG 트윈스-삼성 라이온즈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이강철 감독의 고민은 더욱 깊어만 간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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