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얼마 전까지 KBO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를 '용병'으로 지칭하는 경우가 있었다. '돈을 받고 대신 싸워주는 군인'이라는 원래 뜻이나 용병을 전쟁 소모품 따위로 취급하던 옛 역사를 떠올려보면 결코 좋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없는 단어. 국내 프로스포츠 외국인 선수 제도가 활성화되고 인식 개선도 이뤄지면서 '용병'이라는 단어는 차츰 사라져 가고 있지만, 여전히 잊을 만하면 나오고 있다. 아직 외국인 선수-지도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시대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대표적 예다.
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핫'한 외국인이다. 최근엔 더그아웃에서의 고함, 판정 항의 등 부정적 이슈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실패할 자유', '신념'을 강조하며 팀 개조에 나서 지난해 3할 초반에 그쳤던 팀 승률을 4할 언저리까지 올려놓고, 포지션별 가시적 리빌딩 성과도 만들어내고 있지만, 부정적 이슈에 모든 성과가 묻히는 모양새다.
원인은 수베로 감독이 제공했다. 더그아웃에서 상대 투수에게 내는 소리나 잦은 판정 항의 모두 냉정하게 보면 경기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다. 시즌 초반도 아닌 후반기까지 문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단순히 차이나 적응으로 치부할 수 없는 부분. 수베로 감독은 "KBO리그를 무시하거나 규정, 문화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할 의도는 전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긋고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올 시즌 뒤 수베로 감독이 반드시 되짚고 보완해야 할 문제다.
수베로 감독은 "야구는 전쟁"이라고 강조한다.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프로의 세계이기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를 존중해야 내게도 존중이 돌아온다. 수베로 감독이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수베로 감독, 외국인 코치-선수를 대하는 KBO리그 문화가 과연 올바르고 떳떳한지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소통 방식은 결코 좋게 바라보기 어렵다. 외국인 코치뿐만 아니라, 선수, 프런트 관계자를 상대할 때마다 '반말'이 일상화돼 있다. 선수, 심판, 코치 대부분이 그렇다. 언어 차이, 소통 방식 문제와는 다른 부분. 한화 벤치의 더그아웃 소리 문제에 흥분해 수베로 감독에게 '하지마', '베네수엘라로 가서 야구 하라 그래'를 연신 외치던 두산 벤치의 모습이 현주소다. 일부 심판도 과거 외국인 선수, 코치, 감독의 물음에 '뭐', '왜' 등 반말조 대응을 하는 모습을 드러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굳이 외국인을 찾을 필요도 없다. 한 감독은 경기 중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상대팀 선수에게 '투수 같지도 않은 XX', '너 이리 와봐' 등 반말과 속어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기도 했다. 외국인에게 예의를 강조하면서 정작 내부에선 그런 모습이 결여돼 있다는 점은 '상호 존중'을 논하기 앞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수베로 감독과 한화 코치진이 논란 때마다 유독 큰 주목을 받는 부분도 물음표를 갖게 한다. 벤치의 판정 항의는 매 시즌 익숙한 장면. 때론 그들보다 더 심한 비속어-몸싸움을 하기도 했다. 행동의 정도에 따라 질타는 뒤따랐지만 '문화를 흔든다', '동업자 의식이 결여됐다' 식의 평가는 뒤따르지 않았다. 수베로 감독이 주심과 언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나온 통상적 영어 몇 마디를 두고 '심판을 가르치려 든다', '언어폭력' 같은 단어가 나온다.
문화 존중이나 동업자 의식 강조의 기저엔 동등함이 있다. 그러나 정작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우리와는 다르다'는 무의식적 차별 의식, 구시대적 발상이 엿보인다. 이럼에도 '클린 베이스볼'이나 '역차별' 운운하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올림픽에서의 금빛 환희와 국제무대에서 얻은 통쾌한 승리, 본고장 미국까지 주목하는 문화 모두 '메이드 인 코리아'가 빚은 작품이다. 지난 40년간 쌓은 한국 야구의 역사와 문화도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우리'를 강조하기 전에 정작 우리 문화가 제대로 정착돼 있는지, 상대를 같은 잣대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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