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에이스의 책임감과 품격, 의리, 자존심. '부산의 에이스' 스트레일리가 눈부신 기적을 만들었다. 가을야구를 향한 실낱 같은 희망을 이어갔다.
한국에 온지 2년차. 마음만은 이미 부산사나이다. 스트레일리는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랜더스전에 선발등판, 6이닝 퍼펙트 10삼진의 눈부신 피칭으로 상대 타선을 꽁꽁 묶으며 팀의 3대0 승리를 이끌었다.
이미 지난 13일 5이닝 95구를 던진 상황. 3일 휴식 후 등판한 스트레일리는 긴 이닝을 생각하지 않았다.
1회부터 온힘을 다한 역투였다.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의 구위는 올시즌 최고였다. 첫 타자 최지훈의 삼진을 시작으로 4회까지 매회 삼진을 2개씩 추가했다. 그러면서도 투구수는 46구에 불과했다.
5회에는 한유섬, 6회에는 이현석이 거듭 파울을 치며 8구까지 승부를 끌고 갔다. 그러나 삼진 2개를 추가하며 단 한명의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았다. 안타와 볼넷은 물론 실책과 낫아웃 출루도 없는 말 그대로 '퍼펙트' 피칭이었다.
6회까지 투구수는 78구. 평소 같으면 '퍼펙트게임'에 도전해볼만했다. 하지만 3일 휴식 후 등판인데다, 매경기가 소중한 '벼랑끝'인 롯데로선 다음 경기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스트레일리는 퍼펙트를 유지한 채 7회 교체됐다. 7회 최정의 볼넷, 8회 박성한의 내야안타로 팀 퍼펙트와 노히트도차례로 깨졌다.
하지만 스트레일리의 불같은 투혼은 팀원 전체들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서튼 감독은 김도규 구승민 김원중의 막강 계투진으로 '팀 완봉'만은 지켜냈다.
지난해 대비 부진한 스트레일리지만, 폼은 일시적일지언정 여전한 클래스를 선보인 하루였다. 2년 연속 10승 달성은 덤.
경기 후 서튼 감독은 "스트레일리가 올시즌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다. 3일 쉬고도 베스트 컨디션이었다. 준비, 집중력, 실행 모두 완벽했다"며 칭찬했다. 10도를 밑돈 추운 날씨에도 끝까지 응원해준 팬들에 대한 감사도 전했다.
스트레일리는 "루틴도 물론 중요하지만, 바뀐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와 자신감만 있다면 문제 없다. 갑자기 바뀐 게 아니라 며칠전에 미리 이야기를 듣지 않았나. 얘기를 듣는 순간부터 마음을 먹고 준비했다. 스트라이크존으로 과감하게 던졌다. 지시완의 사인에 맞춰 빠르게 던진게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답했다. 이어 "프로선수 입장에서는 중요한 상황에서 이러한 기회를 받는것 자체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일"이라며 뜨거운 가슴을 과시했다.
스트레일리는 캘리포니아 레드랜즈 태생이지만, 프로 데뷔 전까진 오리건주 서부에서 생을 보냈다. 그는 "난 추운 곳(오리건주)에서 생활해 이런 날씨엔 익숙하다. 공을 던지는데는 전혀 문제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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