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어쩌면 삼성의 오재일 영입은 수비 덕도 절반은 될지 모른다.
강력한 파워 스윙에 슬몃 가려져 있던 '1루수' 오재일의 수비 가치. 동료 선수들은 정확히 안다.
'앗, 잘못 던졌다' 싶은 온 몸이 경직되는 순간, 1루수 오재일은 마치 파리채로 걷어내듯 척척 받아 아웃카운트를 잡아낸다.
송구실수를 범한 선수가 제 발이 저려 미안한 표정을 지어도 오재일은 그저 아무렇지 않은 듯 시크한 표정으로 다른 곳을 바라볼 뿐이다.
오재일이 합류한 이후 삼성 내야수들의 송구는 부쩍 편안해졌다.
잡아줄 거란 확신이 자유로운 송구를 가능케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호수비가 늘고, 악송구가 줄고 있다. 이 모든 안정감의 근원이 최고 1루 수비수 오재일의 존재감에서 나온다.
당사자는 '배팅이 좋다'는 말 만큼 '수비가 좋다'는 평가에 흐뭇해 한다.
"아무래도 방망이 잘 친다는 얘기 만큼 수비 잘한다는 기사를 보면 너무 기분이 좋죠. 동료들이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줘요."
오재일은 16일 키움과의 더블헤더에서 공-수에 걸친 결정적 순간 투-타 활약으로 싹쓸이 승리를 이끌었다. 1차전에서는 수비로, 2차전에서는 공격으로 공헌했다.
1차전 8회 수비는 승리를 지킨 백미였다.
7-4로 앞선 8회초 무사 1,3루. 박병호의 타구가 2루쪽을 향했다. 타구를 잡은 김상수는 2루로 들어오는 유격수에게 토스하는 대신 직접 2루 베이스를 밟고 1루에 송구했다.
중심이 뒤에 가 있는 역 동작으로 던진 송구인 만큼 정확도가 살짝 떨어졌다. 1루수 오재일의 오른쪽으로 바운드 된 공을 어김 없이 걷어내며 병살타를 완성했다. 만약 오재일이 뒤로 빠뜨렸다면 5-7 추격 속에 1사 2루 위기가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오재일은 2차전에서는 3타수3안타 2타점의 타격 맹활약으로 5대4 한점 차 승리의 주역이 됐다. 17일 키움전에서도 4타수2안타 2득점 1타점에 시즌 첫 도루까지 성공시키며 6대3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 내야진을 바꿔 놓고 있는 외부 영입 리그 최고 1루수.
그는 지속가능한 내야 호수비를 위한 꿀팁 하나를 던졌다.
"아무렇지도 않게 잡아줘야 합니다. 설령 제가 속으로는 당황하더라도 그런 표정을 지으면 안돼요. 당황하지 않아야 (야수들이) 계속 편하게 던질 수 있거든요."
전문 1루수의 필요성을 리그 전체에 각성시키고 있는 오재일. 무심한 듯 툭 던지는 한마디가 의미심장하다.
"사실 어깨 좋고 하면 딴 포지션을 시키니까 전문 1루수가 잘 안 나오는 것 같아요. 하지만 1루는 굉장히 중요한 포지션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전문 1루수가 많이 나올 겁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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