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선수들이 독기를 품고 하는 것 같네요."
프로의 세계에는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꼴찌'도 없다. 어차피 같은 프로인 만큼 서로 실력은 엇비슷하다. 어떤 전략과 각오를 갖고 경기에 임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달라질 뿐이다. 아무리 약체로 평가받는 팀이라도, 선수단이 똘똘 뭉친다면 반전을 이뤄낼 수 있다. 2021~2022시즌 남자 프로농구 시즌 초반 서울 삼성이 바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은 이번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큰 문제를 겪었다. 지난 9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선수단에 퍼지면서 제대로 훈련을 진행할 수 없었다. 급기야 정규리그 개막을 앞두고 펼치는 시험무대인 KBL 컵대회에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빠졌다. 제대로 팀을 꾸리기도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내린 힘든 결정이었다.
삼성 이상민 감독은 "제대로 훈련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뿐만 아니라 이관희, 김준일, 김동욱의 이탈도 전력 약화 요인이었다. 삼성이 유력한 '꼴찌 후보'로 지목된 이유다. 별 다른 이견을 제시할 수 없었다. 모두가 그렇게 받아들이는 상황. 하지만 삼성 선수들은 오히려 독기를 품었다. '꼴찌'라는 말을 듣기 싫었다.
그런 독기가 '유쾌한 반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은 현재 4승4패로 승률 5할을 기록하며 공동 6위를 마크하고 있다. 지난 26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디펜딩 챔피언' 안양 KGC와의 홈경기에서는 배수용 이동엽 등을 중용하는 변칙 작전으로 78대67, 11점차 대승을 거뒀다. 선수들에 대한 이 감독의 신뢰, 그리고 젊은 선수들의 투지가 빚어낸 결과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꼴찌라는 평가에 독기를 품고 하는 것 같다. 사실 코로나19 확진으로 비시즌 동안 훈련을 많이 못했다. 하지만 박빙 승부에서 경기를 하다보니 끝까지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며 선전의 이유를 밝혔다.
선수들도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이날 상대 외국인 에이스인 오마리 스펠맨을 꽁꽁 묶은 배수용은 "스펠맨을 막기 위해 영상도 많이 봤지만, 동료들에게도 많이 물어봤다. 나 혼자만 생각하지 않고, 힉스 등 팀 동료들이 같이 연구하고 수비를 도와준 결과"라고 말했다. 외부의 낮은 평가가 오히려 삼성 선수들의 투지와 팀워크를 자극한 요인이 된 셈이다.
아직 1라운드가 끝나지 않은 시즌 초반이라 삼성의 이러한 반등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 삼성은 이번 시즌 좀 더 역동적이고 젊은 팀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삼성의 유쾌한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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