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때아닌 인종차별 논란에 직면한 강원FC 수비수 신세계(31)는 나흘간 제대로 잠을 청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자신보다 잔류싸움 중인 팀 분위기에 영향을 끼쳤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광주 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34라운드가 끝난 뒤 기자와 만난 신세계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뗐다.
그는 "무거운 마음으로 오늘 경기를 준비했다. 본의 아니게 그런 일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팀을 어수선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지난달 27일 춘천에서 열린 대구FC와의 FA컵 준결승에서 상대 공격수 에드가(브라질 출신)와 '충돌'했다. 에드가가 경기 후 SNS를 통해 신세계가 자신을 향해 "Why, Black"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하며 별안간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다. 'Black'은 흑인을 비하할 때 쓰는 표현 중 하나다. 신세계는 곧바로 경기 중 밀치는 장면을 떠올리며 "Why, Black"이 아닌 "Why, Block"(왜 막느냐)이었다고 반박했다. 광주전까지 나흘 연속 이 건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당사자로선 신경이 쓰일 법한 상황이었다.
신세계는 "억울함, 그런 걸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무거웠다. 전혀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져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아무말도 하지 말걸' 그런 생각도 많이 했다. 언쟁이 오가는 상황에서 내가 굳이 그렇게 흥분했어야 했나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논란 이후 느낀 심경을 밝혔다.
이어 "분명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 흥분한 건 반성해야 한다.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명백히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SNS를 통해 반박한대로 'Black'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걸 재차 강조했다. 해당 게시글은 논란 확산 방지 차원에서 현재 삭제했다고 그는 밝혔다.
이날 강원 원정 서포터스석에는 '신세계 우리는 당신을 믿습니다'라는 걸개가 붙었다. 강원 김병수 감독은 경기 전후 인터뷰에서 "한국 사람들이 인종차별을 하나요?"라고 반문하며 "외국 선수들은 민감하게 생각할 수 있다. 서로 오해가 있었나 보다. 나는 신세계가 절대로 그런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감쌌다.
신세계는 이런 응원과 성원에 '원더골'로 보답했다. 1-2로 끌려가던 후반 중반 교체투입돼 후반 44분 족히 30m는 넘는 먼거리에서 오른발을 휘둘렀다. 그의 발을 떠난 공은 골문 우측 상단에 정확히 꽂혔다. 지난해 수원 삼성을 떠나 강원에 입단한 신세계의 데뷔골은 신세계가 논란의 한복판에 서있는 와중에 터졌다. 이 골로 강원은 원정에서 값진 승점 1점을 획득했다.
신세계는 "(걸개와 인터뷰로 지지해줘서)정말 감사하단 말 밖에 할 게 없다"며 "투입되면 슛을 한 번 날려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이 득점으로 해소가 될 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승점 1점을 추가해 38점을 기록한 강원은 같은 라운드에서 인천에 패한 서울(37점)을 끌어내리고 10위로 올라섰다. 다이렉트 강등권인 최하위 광주(33점)와는 5점차. 신세계는 "스플릿 싸움에서 1점은 굉장히 크다. 나중에 이 1점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우리팀 분위기만 보면 절대 강등당할 것 같지 않다. 선수들이 간절하게 준비한다. 내가 비록 팀을 어수선하게 만들었지만, 이제부터라도 고참 선수답게 후배들을 잘 이끌겠다"고 잔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김병수 감독은 "신세계가 팀을 위해 헌신하는 선수다. 마음 고생을 하고 있지만, 꿋꿋하게 뛰어줘서 고맙다"고 했다.
광주=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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