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포항 스틸러스는 너무나 어지러웠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했다. '김기동 매직'과 '포항의 저력'을 동시에 볼 수 있었던 기적같은 일.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24일 오전 1시 사우디 리야드킹 파흐드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상대는 강력한 우승후보 알 힐랄이다.
전력만 놓고 보면 사실 '계란에 바위치기'에 가깝다.
강력한 전방압박, 뛰어난 공수 조직력을 바탕으로 단기전에 강한 포항이지만, 프랑스 대표팀 출신 바페팀미 고미스, 마테우스 페레이라, 무사 마레가 등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알 힐랄이다.
포항 김기동 감독은 "더욱 탄탄해져야 한다. 리그 경기를 치르면서 이 부분을 보강하겠다"고 했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파이널 A행이 좌절됐다. 인천과의 경기에서 0대1로 패했다. 답답했다.
파이널 B로 내려갔다. 첫 경기에서 성남에게 0대1로 패했다. 이젠, 강등권 위협을 걱정하는 신세가 됐다.
AFC와 리그를 병행하면서 포항은 스쿼드의 한계가 있다. 타 팀도 마찬가지지만, ACL 결승까지 올라오면서 후유증은 대단했다. 김 감독은 "전주에서 2경기(ACL 8강, 4강전)가 정말 120%를 짜냈던 것 같다. 그 후유증이 분명 있다"고 했다.
사실, 올 시즌 척추 라인을 완전히 '갈아버린' 포항은 시즌 중반 팀 공격의 핵심 송민규마저 전북에 이적시켰다. 이 상태에서 포항이 파이널 B로 내려간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프로는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성적이 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승모의 사우디행 결승 진출이 불발됐다. 사회봉사시간을 채우지 못했고, 현행 병역법 상 해외로 나가지 못한다. 리그에서는 강등권 위협 때문에 제대로 ACL 결승 준비를 하지 못했다.
마치 삼이 얽히듯이 베베 꼬여버린 형국이었다.
그리고 3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강원을 맞았다. 전반전, 여전히 어지러운 포항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 했다. 터질 듯 골은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승모가 자신의 마수걸이 시즌 첫 골을 기록했다. 눈물이 터졌다. 이승모의 눈물이 터지듯 이때부터 포항의 골이 터지기 시작했다. 신진호가 자신의 첫 헤더골을 작렬시켰고, 포항의 히든카드로 내세웠던 수비형 미드필더 박승욱도 자신의 데뷔골을 넣었다. 4대0 완승. 강등권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ACL 결승전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 결승전 히든카드 박승욱의 존재감을 확인한 것도 소득이었다.
결국 포항은 강원전에서 수많은 것을 얻었다. 한마디로 '쾌도난마(快刀亂麻)'했다. 포항=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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