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지난 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하이파이브로 가볍게 인사를 나눈 수베로 감독은 그와 몇 마디를 주고받다가 어깨에 손을 올려놓더니 "누군가 나한테 너에 관해 물어본다면 칭찬이나 좋은 얘기는 절대 해주지 않을 거다. 각오하라"는 의미심장한 멘트를 날린 뒤 자리를 떠났다.
주인공은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앞둔 포수 최재훈(32)이었다. 마무리캠프 첫날이었던 이날 최재훈은 클럽하우스 라커룸의 짐을 정리하기 위해 야구장을 찾았다. 마무리캠프 참가 대신 휴식을 취하는 입장에서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함이었다. 내년 2월 다시 찾을 수도 있는 야구장이지만, 어쩌면 이날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었다.
최재훈은 올 시즌 116경기 타율 2할7푼5리(375타수 103안타), 7홈런 4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92를 기록했다. 주전 포수 역할과 동시에 2번 타자 역할을 맡아 1군 데뷔 후 첫 4할대 출루율(0.405)을 기록했고, 홈런과 타점 역시 '커리어 하이'였다. 도루저지율에서도 올 시즌 100경기 이상 출전한 포수 중 양의지(NC·0.348)에 이은 2위(0.284)였다.
특수 포지션인 포수가 2번 타자 자리를 맡는 것은 흔치 않은 일. 하지만 초반 부진에서 돌파구가 필요했던 수베로 감독은 최재훈에게 중책을 맡겼고, 최재훈은 투수 리드와 수비뿐만 아니라 타격 면에서도 맹활약하면서 제 몫을 해냈다.
한화는 올 시즌 최재훈을 비롯해 백용환, 이해창, 허관회, 장규현 등 여러 포수 자원을 활용했다. 그러나 공수에서 최재훈만큼 존재감을 보여준 선수는 없었다. 올 시즌 리빌딩 밑바닥 다지기에 주력했던 수베로 감독의 내년 구상에 최재훈은 빠질 수 없는 선수. 이런 최재훈이 FA로 스토브시즌을 앞둔 가운데 수베로 감독은 자신의 마음을 짓궂은 농담으로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한화에서 보낸 올 시즌 최재훈은 존재감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다가올 스토브리그에서 최재훈은 어느 팀이든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한 선수 중 하나로 분류된다. 수베로 감독의 진심을 접한 최재훈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한화가 어떤 행보를 펼칠지 관심이 쏠린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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