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이제 점프가 안된다는 게 느껴져요."
코트를 오가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 그런데 경기를 마친 그의 개인 득점은 20점. 여전히 코트 위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라이언킹' 오세근(KGC)이다. 힘이 빠진 사자가, 여전히 상대를 위협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안양 KGC는 9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정관장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전에서 96대80으로 완승을 거두며 2라운드 3연승을 달렸다. 승리의 주역은 오세근이었다. 28분22초를 뛰며 20득점을 기록했다. 자유투 시도도 없이, 2점슛 14개를 시도해 10개를 성공시키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위기도 있었다. 2쿼터 공격 리바운드 상황에서 착지를 잘못해 오른쪽 무릎을 다친 듯 했다. 벤치로 나갔던 오세근은 다시 코트로 돌아와 언제 다쳤냐는 듯 점수를 쌓았다.
KGC 김승기 감독은 "사실 오세근이 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기술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그만큼 몸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 하루이틀 얘기가 아니다. 2011년 신인으로 KGC에 입단해 엄청난 운동 능력과 파괴력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힘, 스피드, 기술을 모두 갖춘 그에게 당해낼 토종 센터는 없었다.
하지만 그랬던 오세근도 이제 34세다. 나이도 나이지만 젊은 시절부터 너무 많이 뛴 탓에 무릎, 발목 등 몸이 성한 데가 없다. 매 시즌 부상 이슈에 시달렸고, 온전히 시즌을 치르기가 힘들었다. 여기에 자신의 신인 시절처럼 팔팔한 후배들을 상대를 하려니 힘든 게 현실이다.
선수가 가장 괴로워할 때, 마음은 청춘인데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다.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면, 코트에서 낙오하는 시간도 빠르게 다가온다. 영리한 오세근은 이제 현실을 인정하고,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오세근은 "이제 점프가 안된다는 걸 느낀다. 그러니 쉬운 슛도 놓친다"고 말하며 "이런 문제를 어떻게 잘 풀어나갈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전이 좋은 예다. 오세근은 "경기 전 등에 담이 왔다. 시작부터 몸싸움을 자제하며 플레이를 하자고 했는데, 오히려 슈팅 밸런스를 잡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유독 미들슛의 감이 좋았던 경기였다.
오세근은 한 때 KGC 공격의 7할 이상을 주도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는 "우리 팀 후배들이 공격적인 선수들이 많다. 이제 나는 빈 공간을 찾아가는 움직임을 생각한다. 감독님도 그런 주문을 하신다. 내가 이렇게 움직이면, 어떻게 찬스가 나겠다 생각하며 경기에 임한다. 열심히 움직이다 보니, 좋은 패스가 들어온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 감독은 "오세근이 농구를 더 오래 하려면 이런 식으로 하는 게 맞다. 몸만 정상이라면 매우 무서운 선수다. 그런데 좋지 않은 가운데도 이렇게 하는 걸 보면 대단한 선수인 게 맞다"고 했다. 오세근은 확 바뀐 자신의 농구에 대해 "그동안의 경험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하며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만이 가질 수 있는 노력의 산물임을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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