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최근 수 년간 KBO리그의 선수 육성 여건은 미국 메이저리그 못지 않은 수준까지 진화했다.
랩소도, 트랙맨 등 추적 장비 뿐만 아니라 각종 프로그램을 도입한지 오래. 일부 구단은 드라이브라인 등 미국 현지의 피칭 디자인 시설에 선수를 단기유학 보낼 정도로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도 실질적인 육성 성과를 찾기는 쉽지 않다. 프런트 주도의 육성 시스템이 현장과 괴리를 좁히지 못한 게 컸다. 다양한 장비와 프로그램으로 데이터를 만들어내지만, 이를 현장에 이해시키고 실질적인 훈련 방법으로 바꾸는 기술의 부족이 실패 원인으로 꼽혔다. 일각에선 '현장의 열린 자세'를 강조하지만, 반대로 생산-수용의 상하관계가 오히려 현장을 더 경직시킨다는 목소리도 뒤따랐다.
최근 육성 시스템 전면 개편을 선언한 SSG의 행보는 그래서 주목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데이터 분석을 담당하는 R&D(Research and Development) 파트. SSG는 야탑고를 24년간 이끈 김성용 감독을 R&D 센터장으로 영입했다. 김 센터장은 지도자 경력으로 쌓은 광범위한 네트워크 뿐만 아니라 데이터 활용 선수 훈련법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인물. 때문에 SSG의 데이터 야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숫자는 누구나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현장의 언어'로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지향점을 설명했다.
R&D 파트 강화 외에도 SSG는 여러 가지 시도에 나서고 있다. 퓨처스(2군) 감독을 폐지하고 총괄 코치 제도를 신설했다. 기존 국내 코치진 외에 투수, 타격, 수비, 배터리 등 4개 파트에 외국인 코치를 운영해 마이너리그식 선수 육성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기술 향상 뿐만 아니라 선수 스스로 훈련할 수 있는 루틴 정립과 동기부여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더불어 국내 코치들의 훈련 지도, 소통 방법 발전도 도모하고 있다. 또 기존 구단 내부 육성 조직을 넘어 외부 전문가 그룹과 협업해 트레이닝 및 컨디셔닝 방법, 영양 섭취-휴식-긴장 완화-수면 등 컨디션 전반을 관리할 수 있는 바이오메카닉 프로그램도 강화한다. 이밖에 팬 친화적 활동, 그룹 사회공헌활동(CSR) 실시 등 퓨처스에서 1군으로 가기 전 준비해야 할 부분을 지속적으로 교육해 SSG의 문화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연봉 상승과 수입 감소의 비대칭 속에 각종 사건사고가 이어지며 시작된 KBO리그의 위기는 코로나 시대 이후 가속화되고 있다. 다가올 샐러리캡 도입 등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외부 요인이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SSG가 시도하는 '진짜 육성 프로세스'에 야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화=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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