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1군 무대와 거리를 둔 시간이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전력외 선수'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고, 방출 수순을 밟는다. 세월의 흐름도 거스를 수 없다. 나이가 많아지면 '세대교체' 명목하에 유니폼을 벗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런 프로의 세계에서 한 시즌 100경기 이상 출전 기록이 한번도 없었음에도 22년간 뛴 선수가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결심한 LG 트윈스 이성우(40)다.
이성우는 프로 통산 620경기를 뛰었다. 600경기 이상 출전 야수 중 유일하게 1000타석 미만(926타석)이다. 포수 마스크를 쓰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것도 232경기에 불과하다. 이런 이성우가 왜 2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현역 선수 생활을 이어갈수 있었을까.
2019년부터 2년간 LG에서 이성우와 한솥밥을 먹었던 세리자와 유지 배터리 코치(현 SSG 랜더스)는 그 이유를 한 마디로 정리했다. "이성우는 똑똑하다." 세리자와 코치는 "(이성우는) 상대와의 대처, 볼 배합 등 모든 면에서 똑똑한 선수였다. 항상 진지한 모습이었고, 정말 야구를 좋아한다고 느꼈다"고 돌아봤다. 또 "포수는 투수와의 소통을 포함해 팀 동료와 좋은 관계를 구축해야 긴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며 "(이성우는)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 젊은 선수 못지 않게 큰 목소리로 계속 동료들을 격려한다. 같은 포지션 경쟁자인 후배 포수 유강남에게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리자와 코치는 이성우만의 노하우도 장수 비결로 꼽았다. 그는 "경기 전 훈련 시 체력 소모를 생각해 가볍게 훈련하는 선수가 더러 있다. 그러나 이성우는 항상 열심히 했다. 포수는 나이가 들수록 어깨가 약해지는데, 이성우는 매일 꼭 송구 연습을 했다. (훈련 장면을 보면서) '진짜 잘 던진다'고 칭찬했던 기억도 난다. 이성우는 모든 면에서 기본에 충실한 선수였다"고 강조했다. 경기 후반부에 마스크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그의 모습을 두고도 "어려운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제 몫을 해줬다. 팀의 복덩이였다"고 찬사를 보냈다. 세리자와 코치는 "LG를 떠난 뒤에도 이성우와는 자주 연락을 주고 받았다. 그런 선수와 좋은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수는 육성에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는 포지션이다. 기본기를 습득하고 경기 경험이 쌓이기 시작해도 입대와 맞물려 1군 콜업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그 때문인지 최근 KBO리그에선 트레이드를 통해 포수를 보강하는 트렌드가 엿보인다.
백업 포수로 22년간 선수 생활을 한 이성우. 세리자와 코치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이성우를 두고 "곧바로 1군 배터리 코치도 가능한 인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세리자와 코치는 꾸준히 선수 생활을 해온 이성우가 1군 주전 포수를 육성하는 날이 오기를 소원하고 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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