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사실 마음은 9회까지 던지고 싶었다."
정규시즌 부동의 에이스가 한국시리즈엔 3선발로 밀렸다. 그나마도 5⅔이닝 동안 2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중 교체됐다.
순둥이도 불만을 가질 법하다. 하지만 17일 한국시리즈 3차전 승리투수가 된 데스파이네(34)는 후련한 표정이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상대도 두산 베어스였다. 당시 2차전에 선발등판한 그는 4이닝 4실점으로 부진하며 패전투수의 멍에를 썼다.
데스파이네는 "작년엔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부터 다음 기회엔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가득했다. 강하게 집중력을 가져간 덕분에 좋은 피칭을 한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이어 "스트라이크만 던지면 내야수들이 알아서 완벽하게 잘 막아줬다"며 동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날 데스파이네는 평소와 달리 마운드 위에서 장난스런 모습이 없었다. 철저하게 경기에 집중한 끝에 좋은 결과를 냈다. 승리 후 만난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데스파이네가 평소같지 않게 신중하게 잘 던졌다. 아무래도 쿠에바스에게 자극받은 게 아닌가 싶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데스파이네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쿠에바스 뿐 아니라 소형준도 잘 던졌다. 선발투수 뿐 아니라 불펜과 마무리도 각자 자기 역할을 잘 해주고 있다"며 화답했다. 이어 "우리팀 투수들 중 내가 제일 나이가 많다. 최연장자로서의 역할을 잘해야한다"며 너스레를 떤 데스파이네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재차 강조했다.
"쿠바와 도미니카에선 우승해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없다. 우리팀에 우승해본 선수는 허도환(2018, SK 와이번스 시절) 1명 뿐이다. 아직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거의 근접했다. 우승할 수 있다."
평소 5일 로테이션(4일 휴식 후 등판)을 도는 선수로 유명하다. 10월 29일 이후 첫 등판이었다. 하지만 데스파이네는 "한화 이글스와의 연습경기를 통해 컨디션을 잘 관리했다"면서 "특별한 경기고, 내겐 마지막 등판이 될 수 있는 경기다. 정신적 체력적으로 다양하게 잘 준비한 결과"라며 미소지었다.
이날 데스파이네는 6회 2사 1,2루에서 교체됐다. 투구수는 불과 69개. 실점 없이 2안타 2볼넷밖에 허용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음 타자가 정규시즌 9타수 5안타 1볼넷의 '천적' 김재환이었고, KT에는 '김재환 저격수' 조현우가 있다.
"마음은 9회까지 던지고 싶었다. 그만큼 컨디션도 좋았다. 하지만 감독님이 내린 결정이다. 이해하고 존중한다."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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