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철저한 계산이 먼저, 그 다음에 과하지도 덜 하지도 않은 날카로운 샷이 뒤따른다. 성공해도 실패해도 별다른 감정표현이 없다. 단지, 행운의 샷이 나오면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춰 인사를 건넬 뿐이다. 중후한 품위를 앞세운 벨기에의 노장 에디 레펜스(52·SK렌터카)가 프로당구 PBA 무대에서 노익장을 과시하며 생애 첫 결승 무대에 올랐다.
레펜스는 23일 경기도 고양시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휴온스 PBA-LPBA 챔피언십' PBA 준결승에서 신정주(26·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4대2(13-15 15-11 15-5 15-10 7-15 15- )로 역전승을 기록했다. 이날 승리로 레펜스는 PBA 무대에서 처음으로 결승 진출에 성공해 생애 첫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레펜스는 지난 2019년 12월에 열렸던 2019~2020 에스케이(SK)렌터카 챔피언십에서 준결승에 진출한 게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결승에서는 조재호-사파타전 승자와 맞붙는다.
1세트는 대접전이었다. 레펜스가 선공에 나서 2점을 먼저 따냈다. 신정주는 3이닝 때 하이런 3점으로 역전했다. 레펜스도 3-4로 뒤지던 5이닝에 하이런 6점을 내며 9-4로 앞서나갔다. 그러자 신정주가 6이닝에 하이런 7점으로 다시 분위기를 뒤집었다. 레펜스는 다시 7이닝 4득점으로 13-11을 만들었다. 신정주의 패기가 이때 발동했다. 신정주는 11-13으로 뒤지던 8이닝에 4연속 득점으로 첫 세트를 따냈다.
2세트부터 레펜스의 노련미가 빛을 발했다. 초반에는 신정주가 8-3으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3~6이닝에 연속 공타에 그쳤다. 그 사이 레펜스는 차곡차곡 추격해 7-8까지 따라갔다. 이어 7-9로 뒤지던 9이닝 때 하이런 7점을 낸 뒤 10이닝에 세트를 끝냈다. 3세트는 15-5 압승이었다. 4세트 또한 레펜스가 잡아내며 세트스코어 3-1로 앞서나갔다.
한 세트만 내주면 패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신정주가 젊은 패기를 끌어올렸다. 5세트에서 6-6이던 8이닝에 하이런 7점을 뽑은 뒤 11이닝과 13이닝에 1점씩 보태 반격에 성공하더니 기세를 몰아 6세트도 5-11로 뒤지던 상황을 뒤집었다. 11이닝 째 6득점 하이런으로 동점을 만든 뒤 11-13으로 뒤지던 14이닝에 4득점을 몰아치며 세트스코어 3-3 동점을 만들어냈다.
원점으로 돌아간 승부. '노익장'의 레펜스와 '젊은 패기'의 신정주가 마지막 7세트에 임했다. 11점으로 마무리되는 최종세트. 명승부였다. 1이닝에 서로 3점씩 뽑았다. 선공인 레펜스가 2이닝과 3이닝에 1, 2점을 보태 6-3을 만들었지만, 신정주가 3이닝에 하이런 4점으로 역전(7-6)에 성공한 뒤 기세를 몰아 4이닝에도 2점으로 보태 9-6으로 달아났다. 승리가 눈앞에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레펜스가 '노장의 투혼'을 발휘했다. 5이닝 공격에서 단숨에 5득점하며 신정주의 패기를 무너트리며 총 64이닝, 4시간 가까이 펼쳐진 혈투를 승리로 장식하고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고양=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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