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괜찮으니까 얼른 내려가서 준비해."
산고를 이겨낸 아내의 첫 마디에 새벽길을 한 달음에 달려온 남편은 그대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한화 이글스 투수 김민우(26)의 아내는 지난 10월 22일 첫 딸 '나율이'를 순산했다. 하루 전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해 시즌 14승을 거둔 김민우는 '아내가 진통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에게 사정을 설명한 뒤 급히 대전으로 달려갔다. 대전에 도착한 김민우는 아내와 출산 순간을 함께 하면서 자신의 반쪽을 세상에 맞이하는 감격을 나눴다.
하지만 김민우는 곧 선수단 합류를 위해 부산행 KTX에 몸을 실었다. 아내가 등을 떠밀었다. 김민우는 "출산 뒤 몇 분이 지나자 아내가 '나는 괜찮으니 얼른 내려가서 (다음 경기를) 준비해'라고 이야기를 하더라"며 "올 시즌 내내 다음 경기 준비 생각 밖에 없었던 게 사실이다. 출산을 전후한 순간에도 그랬다. 아내에게 선뜻 말을 못 꺼내고 있었는데, 먼저 이야기를 해주더라. 부산으로 내려오는 길에 '정말 장가 잘 갔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미소를 지었다.
김민우는 올 시즌 한화의 '국내 에이스'로 우뚝 섰다. 수베로 감독으로부터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낙점받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눈길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김민우는 전반기에만 9승을 올리는 놀라운 퍼포먼스로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에 승선했고, 후반기에도 승수를 채우면서 류현진(현 토론토 블루제이스) 이후 첫 한화의 국내 선발 14승 투수로 우뚝 섰다.
아내는 이런 김민우의 든든한 동반자였다. 김민우는 "작년까지만 해도 아내와 '도대체 10승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라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만큼 두 자릿수 승수에 대한 환상이 컸다. 올해도 5일 동안 경기를 준비하고 마운드에 오르는 일만 몰두했다. 1년 동안 뭘 느낄 겨를 없이 여유가 없었다"며 "그런 나를 보면서 아내는 괜히 스트레스를 주지 않을까 집에서 야구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항상 응원만 해준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김민우는 개막전 선발을 돌아보며 "감독님이 정말 큰 의미를 주셨다. 그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시즌을 잘 끌고 온 것 같다"며 "돌아보면 운도 많이 따랐던 것 같다. (최)재훈이형이나 야수들의 수비 도움이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성과"라고 했다.
많은 성과를 이뤄낸 2021년. 그래서 내년에 대한 부담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민우는 자신에게 뒤따르는 '국내에이스'라는 칭호에 걸맞은 모습에 좀 더 초점을 두는 모습이다. 김민우는 "아직 '국내에이스'라는 타이틀이 부끄럽다. 올해 1년 활약을 했을 뿐이고, 아직 평균자책점도 4점대(4.00)"라면서 "지금까지 해온 것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내년엔 좀 더 나은 퍼포먼스를 마운드에서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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