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이순철 해설위원은 냉철한 해설로 유명하다.
아군, 적군 없이 오로지 실력으로 평가를 내린다. 간결하고 명확한 메시지가 대부분. 때문에 팬들 사이에선 '모두까기'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위원의 아들인 이성곤(한화 이글스)도 냉정한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성곤은 2년 전 일화를 꺼내들었다. 2019년 당시 삼성 라이온즈 소속으로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훈련에 합류한 이성곤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에서 벤치에 앉았으나,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주전-백업 가릴 것 없이 모든 선수가 나섰지만 오로지 이성곤에게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시즌 개막 후 4월 25일 SK전을 앞두고 콜업돼 두 타석에 나섰으나, 이튿날 곧바로 퓨처스(2군)행 통보를 받았다. 이성곤은 "그때 느낌은 '나는 여기까지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아버지에게 냉정하게 나를 평가해주십사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자 아버지는 '너는 1군에서 안타 칠 수준이 안된다. 그 정도 스윙으론 어림도 없다. 그런데 무슨 욕심을 내냐. 퓨처스에서도 그냥 재미있게 야구해라. 어차피 그만둘거면 공만 맞추고 아웃되라'는 말씀을 하더라"며 "그 말을 듣고 '내가 1군 수준이 되지도 않는데 욕심만 부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수룩한 위로보다 훨씬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퓨처스 거포'에 머물던 이성곤은 올 시즌 한화로 트레이드된 후 빠르게 자리를 잡아갔다. 트레이드 3일 만에 조니 워싱턴 코치를 찾아가 '도와달라'고 요청하며 기량 향상에 매진한 간절함, 이성곤의 잠재력을 눈여겨 본 워싱턴 코치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설득하는 과정 등 다양한 부분이 작용했다.
'냉정한 아버지의 조언'도 큰 힘이 됐다. 이성곤은 "올 시즌 배트를 짧게 잡고 쳤는데, 아버지의 조언이 있었던 부분이다. 배트를 짧게 잡으면 휘두르는 각이 좁아지지만 더 강한 배럴 타구를 만들 수 있다. 확률적으로 볼 때도 장타 생산에 도움이 된다"며 "워싱턴 코치와 함께 하면서 밸런스가 잘 유지되던 가운데 옵션으로 배트를 짧게 잡은 게 긍정적 효과로 나타났다"고 했다.
한화 이적 후 반등에 성공한 이성곤이지만 여전히 이 위원의 평가는 박한 편. 하지만 이성곤은 "아버지 말씀이 싫지 않다. 지금의 내겐 '괜찮다, 할 수 있다'는 말보다 문제점을 정확히 말해주는 게 더 큰 위로가 된다. '괜찮다'는 말은 반대로 보면 포기하는 느낌 같다"며 "지적할 걸 지적할 줄 아는 게 우리 부자만의 소통법"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성곤은 "기술적, 멘탈적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특히 OPS(출루율+장타율)가 높은 타자가 되고 싶다"며 "어쩌면 내가 야구를 할 날이 지금까지 해온 날보다 짧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내게 기회가 주어졌고, 내년에도 야구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어제보다 오늘 더 잘하자'는 내 좌우명처럼, 간절함을 갖고 뛰겠다"고 다짐했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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