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배구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27일 GS칼텍스전을 앞두고 김사니 IBK기업은행 감독대행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를 모아놓고 이야기를 건넸다고 한다. "밖에서 나오는 말들은 낭설일 뿐이다. 내가 하는 말이 진실이다. 나를 믿고 따르라."
최근 조송화의 무단 이탈, 경질된 서남원 전 감독과의 폭로전, 이탈한 코치가 감독대행이 되는 일련의 비상식적인 사태에 동요하고 있는 기업은행 선수들의 마음을 다잡기 위한 김 대행의 메시지였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멘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분명 김 대행도 팀을 두 차례나 이탈했다. 그러나 자신의 이탈을 "서 전 감독의 폭언이 있었다"는 입증되지 않은 해명으로 정당화시키려고 하다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특히 "나도 지금까지 쌓아놓은 업적이 있다"는 실언이 배구 팬심을 더 싸늘하게 만들었다. 김 대행은 선수들과 스태프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내용을 보면 오히려 김 대행이 코치로서 본분을 망각하고 서 전 감독에게 망신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배구인들도 제대로 뿔이 났다. 팀 이탈자를 감독대행으로 앉히는 기업은행의 처사에 어이를 상실했다. 배구인의 자존심을 망가뜨린 김 대행과 기업은행 프런트의 행보에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행동으로 맞불을 놓았다. 경기 전 감독간 악수를 거부했다. 김 대행은 중앙 본부석 쪽으로 이동해 차 감독과 악수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차 감독은 김 대행을 등지고 코치와 대화를 나누며 김 대행을 외면했다. 차 감독은 승리 인터뷰에서 "배구인으로서 할 말은 많다. 여러 가지 생각도 가지고 있다"라면서도 "이 부분은 경기력과 상관없이 (이야기가) 이상한 쪽으로 흘러갈 수 있어서 이해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반성은 없고, 말이 바뀐다. 지난 27일 경기를 앞두고 김 대행은 "당시 구단을 이탈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며 무단이탈 내용을 부인했다. 사직서를 제출한 뒤 팀에 조처를 기다렸다는 것. 하지만 지난 23일 자신이 처음 지휘한 흥국생명전을 앞두고 "(무단 이탈에 대한) 구단의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들었다. 당연한 것"이라는 발언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감독이 선임되면 사퇴하겠다"던 김 대행은 "아마 코치로 내려갈 것 같다. 코치직을 지킬 것 같다"며 프런트에서도 결정되지 않은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정해놓는 모습까지 보였다.
또 한 명의 배구인도 이번 항명 사태에 대해 개탄을 금치 못했다. 바로 '배구의 신' 신치용 전 삼성화재 감독이었다. 최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으로 2년6개월의 소임을 다한 신 전 감독은 "이탈한 사람을 감독대행으로 앉히는 건 배구인을 희롱하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얘기했다. 이어 "배구 지도자 사이에서도 기본 룰이 있는데 이렇게 한다는 건 배구판에 더 이상 있기 싫다는 뜻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또 "코치는 감독-선수간 사이를 원만하게 이끌 수도, 분란을 조장할 수도 있는 위치다. 헌데 이런 사태가 벌어진 건 도를 지난친 욕심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배구판에 30년 넘게 있었다. 직접 보지 않아 말은 아낄 수밖에 없지만, 이 사태가 이렇게 된 과정이 뻔히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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