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1위 제이슨 지암비, 2위 배리 본즈, 3위 박찬호.'
2001년 10월 베이스볼아메리카가 평가한 그해 FA 순위다. 실제 계약 총액도 이 순서였다. 지암비는 뉴욕 양키스와 7년 1억2000만달러, 본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5년 9000만달러에 계약했고, 박찬호는 5년 6500만달러의 조건에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박찬호는 2000년 18승10패, 평균자책점 3.27에 이어 2001년에도 15승11패, 평균자책점 3.50으로 호투하며 FA를 앞두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해까지 통산 성적은 80승54패, 평균자책점 3.80.
하지만 당시 박찬호가 얻어낸 계약기간 5년은 예상 밖이었다. 2년 연속 선발 34경기 이상, 226이닝 이상, 탈삼진 217개 이상을 올린 28세의 선발투수라면 기본 5년은 보장받는 게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원소속팀 LA 다저스가 제시한 계약기간은 고작 2년이었다. 애초 잡을 마음도 크지 않았을 뿐더러 그해 후반기 허리 부상을 일으킨 박찬호의 몸 상태에 대해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당연히 이를 거부하고 나와 5년 계약을 보장한 텍사스의 손을 잡았다. 평균 연봉 1300만달러는 당시 로저 클레멘스(1545만달러), 마이크 햄튼(1512만5000달러), 케빈 브라운(1500만달러), 마이크 무시나(1475만달러), 랜디 존슨(1310만달러)에 이어 투수 가운데 6번째로 높은 금액이었다.
그렇다면 당시 박찬호가 보장받은 6500만달러의 현재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미국의 물가, 이자율, 그리고 메이저리그 연봉 수준 등 세 가지 측면에서 계산을 해봤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1982~1984년, 3년간 평균치를 100으로 놓고 산출한다. 가장 최근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는 276.59로 지난 10월 통계다. 박찬호가 FA를 선언한 2001년 10월 지수는 177.7이었다. 즉 20년 동안 미국 소비자물가는 55.65%가 상승했다는 얘기다. 당시 6500만달러가 지닌 구매력은 현재 가치로 약 1억117만2500달러가 된다.
이자율을 적용할 경우 이보다 다소 낮아진다. 지난 20년간 미국 기준 금리, 즉 연도별 평균 금리를 복리로 계산한 수익률은 52.2%로 6500만달러는 9893만달러로 불어난다. 물론 채권 수익률이나 시중 금리를 적용하면 이 수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박찬호의 당시 몸값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은 메이저리그 전체 선수들의 연봉 수준과 비교하는 것이다. 2001년 메이저리그 평균 연봉은 213만9000달러였다. 올해는 417만달러로 20년간 94.95% 올랐다. 2001년 6500만달러는 현재 메이저리그 전체 연봉 수준으론 1억2671만달러에 해당한다.
세 계산법을 종합하면 박찬호가 2001년 맺은 총액 6500만달러의 현재 가치는 이번에 시애틀 매리너스로 이적한 로비 레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에 빛나는 레이는 시애틀과 5년 1억1500만달러에 계약했다. 레이는 통산 62승58패, 평균자책점 4.00, ERA+ 110을 기록했다. 박찬호의 계약 당시 ERA+는 108이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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