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어 한다."
9일 대전 충무체육관. IBK기업은행 안태영 감독은 고별전을 앞둔 레베카 라셈(24)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날 KGC인삼공사전은 라셈이 V리그에서 펼치는 마지막 경기였다. 라셈은 2라운드 도중인 지난달 27일 기업은행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당시 기업은행이 경기 출전을 앞둔 라셈에게 이 같은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 비난을 받았다. 갑작스럽게 방출 통보를 받은 라셈은 마음을 가라앉힐 새 없이 경기를 뛰어야 했다. 기업은행이 지난 2일 새 외국인 선수 달리 산타나와 계약했으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라셈에게 인삼공사전까지 뛰어달라는 요청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자 비난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사실상 '시한부 활약'을 하는 라셈을 향한 동정론도 뜨거웠다.
라셈은 올 시즌 기업은행 입단을 앞두고 할머니가 한국계로 알려져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다른 외국인 선수에 비해 활약은 부진했으나, 코트에서 항상 미소를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기업은행이 갖가지 추문에 시달리는 과정에서 라셈은 방출 통보 후 몇 경기를 더 뛰어달라는 불편한 요청까지 감수하면서 프로의 품격을 증명했다.
안 대행은 "라셈이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어 해 특별한 말은 나누지 않았다. 다만 선수들에게 '라셈이 내일 웃으며 돌아갈 수 있도록 잘 해보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인삼공사전에서 라셈은 특유의 밝은 표정 속에 코트를 종횡무진했다. 이날 기업은행이 경기 내내 공격 성공률 30%조차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라셈은 공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세트스코어 0대3 완패. 라셈은 김주향과 함께 팀내 최다인 12득점을 기록했으나, 팀 패배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경기 후 기업은행 선수들은 라셈에게 꽃다발과 선물을 전달하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라셈은 굵은 눈물을 쏟으면서 동료들와 일일이 포옹을 나눴다. 상당수의 기업은행 팬들도 관중석에서 라셈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라셈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팬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V리그와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눴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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