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2020시즌을 앞두고 삼성 구자욱은 등번호를 바꿨다.
65번에서 5번으로 교체하고 새 시즌을 맞았다.
뜨거운 인기남 구자욱의 유니폼을 구입했던 팬들 사이에 큰 화제를 모았다.
설만 무성했을 뿐 구체적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구자욱은 당시 등번호를 바꾼 이유에 대해 "골든글러브를 받고 말씀드리겠다"며 답변을 미뤘다.
그리고 2년 후, 골든글러브 수상은 현실이 됐다. 10일 삼성동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구자욱은 외야 부문에서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호명됐다.
143표로 전준우(133표)와 단 10표 차 박빙 수상.
예상을 못한듯 구자욱은 떨리는 목소리로 "20년 전 야구가 좋아서 시작한 소년에게 오늘에서야 이 상을 안기게 됐다"며 "야구 하면서 가장 행복한 밤이 될 것 같다"고 감격어린 수상 소감을 했다.
행사 후 인터뷰에서 구자욱은 2년 전 묻어둔 비밀을 비로소 털어놓았다. 바로 김한수 전임 감독의 등번호를 물려받은 사연이 숨어 있었다.
구자욱은 "코치 시절부터 저를 자식 처럼 이끼고 키워주셨던 분이셨다. 그런데 하필 감독 재임 시절에 제가 잘 못했던 것 같아 그만 두신 뒤 너무 속이 상했다"며 "경질 소식 후 며칠 후 식사 자리에서 감독님께 너무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은 '모든 책임은 감독에게 있는 것'이라며 오히려 위로를 해주셨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구자욱은 "그 자리에서 감독님께 부탁드렸다. 제가 감독님 등번호인 5번을 써도 되겠느냐고…. 그리고 약속했다. 감독님 번호를 달고 책임감 있게 열심히 뛰겠노라고 다짐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골든글러브를 받으면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며 웃었다.
김한수 전 감독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힌 구자욱. 그는 결국 '5번의 약속'을 멋지게 지켰다. 이제는 지킬 일만 남았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 최고 선수로의 도약을 꿈꿀 만한 특급 선수. 골든글러브 수상은 5번 구자욱이 맞이할 영광의 첫 걸음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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