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FC서울 플레잉코치직을 받아들일까, 아니면 다른 유니폼을 입고 선수 생활을 이어갈까. 나이 서른일곱 박주영(FC서울)의 선택이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FC서울 안익수 감독은 9일 미디어 간담회에서 "서울에 와서 앞만 보고 달렸다. 위기 상황을 벗어나보니 박주영에게 내가 미흡했던 게 보이더라. 이 자리에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어딜가든 박주영 이름 석 자에 걸맞은 메시지를 지속해서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어딜가든'이라는 표현에 결별 뉘앙스가 담겨 '박주영이 서울을 떠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결정난 것은 없다. 2005년 서울에서 프로 데뷔해 국내에선 오직 서울에서만 활약한 박주영은 이달말 계약이 만료돼 FA 신분이 된다. 서울 구단은 고민없이 '동행'을 결정했다. 다만, 박주영이 시즌 중 A급 지도자 자격증 과정을 이수해 코치 선임이 가능한 점과 최근 에이징커브를 겪은 점 등을 두루 고려해 플레잉코치직을 제안했다. 대구FC 이용래, 전남 최효진이 올해 활약한 대표적인 플레잉코치다. 기본적으로 '막내코치'지만, 팀 사정에 따라 그라운드를 누비는 역할을 맡는다.
구단과 선수간 수차례 협상에서 분명한 확답 대신 입장차만 확인했다. 박주영이 현역 연장의 의지를 피력했기 때문이다. 구단은 자연스럽게 코치 행보를 밟길 바랐고, 박주영은 '선수 재계약'을 맺길 희망했다. 박주영은 지난달 지인의 SNS 댓글을 통해서 선수 생활을 계속해서 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조용형(38·전 제주) 오범석(37·전 포항) 등 또래 선수들이 하나둘 은퇴를 결정하는 분위기 속에서 코치를 맡기엔 너무 이르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박주영은 올해 유독 힘든 나날을 보냈다. 박 전 감독 체제에서 15경기에 나선 박주영은 지난 9월 안 감독이 선임된 뒤 2경기 출전에 그쳤다. 팀이 잔류 사투를 벌였을 때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SNS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글(B팀 가서 열심히 해야지)을 이따금 남기기도 했다. 박진섭 전 감독은 지난해 겨울 부임 후 "레전드 박주영을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했고, 안 감독은 "어딜가든 좋은 모습 보여달라"고 했다. 뉘앙스 차이가 분명하다.
그렇다고 박주영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떠날 가능성이 100%라고 볼 수는 없다. 박주영은 2018년 1월 느즈막히 3년 재계약을 맺으며 애를 태웠다. 작년 이맘때에도 한차례 이적설이 나돈 뒤에 1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1년 전과는 결이 다르다. 계약 연장 여부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코치의 길로 들어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박주영이 쉽게 구단이 내민 손을 잡지 못하는 이유다.
박주영은 서울 소속으로 279경기를 뛰어 76골-23도움(이상 리그 기준)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뛴 11시즌 중 무득점으로 시즌을 마친 건 2021시즌이 유일하다. 주전 공격수로 활약한 2019년(35경기 10골 7도움)과 비교할 때 경기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출전시간은 1/3도 되지 않는다. 국가대표팀과 유럽 빅리그에서 뛰며 남부럽지 않은 커리어를 쌓은 박주영으로선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다. AC밀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40) 처럼 늦은 나이에도 정상급 무대에서 실력을 펼쳐보이고 싶은 생각이 강할 것 같다.
'키(열쇠)'는 박주영에게 넘어갔다. 박주영이 플레잉코치직을 받아들이면 서울과 동행을 이어간다. 하지만 서울이 아닌 곳에서라도 선수로 뛰길 바란다면 작별 수순으로 갈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서울팬들은 2022년에는 낯선 광경을 목격할 수밖에 없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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