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기에 답이 있다.'
하나원큐는 올 시즌 여자 프로농구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팀의 주포인 강이슬이 FA 자격을 얻어 KB스타즈로 이적했고, 3각 트레이드를 통해 강이슬의 대체 자원으로 데려온 구 슬이 개막 후 2경기만에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됐다.
가뜩이나 선수층이 옅은 상황서 구심점 부재는 밥 먹듯이 하는 연패로 이어졌다. 개막 5연패에 이어, 하위권 동반자인 BNK썸전 승리 이후 다시 7연패. 시즌 반환점에 가까워 졌음에도 1할도 되지 않는 승률은 팀 전체를 패배의식으로 감쌌다. 리그의 흥미를 반감시킴은 물론 수준 저하라는 심각한 우려까지 나왔다.
어디서부터 답을 찾아야 할지도 모르는 답답한 상황, 그랬기에 올스타전 브레이크 이후 첫 경기였던 30일 하나원큐가 우리은행을 상대로 73대70으로 승리한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여전히 갈 길은 멀고 사실상 올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은 어렵지만 그래도 분명 남은 경기, 다음 시즌에 대한 어느 정도의 답은 찾은 듯 보였다. 하나원큐처럼 전력이 약한 팀이 우리은행과 같은 강팀을 상대하려면 한 두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팀 플레이를 해야 하고, 결국 벤치 멤버가 주전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얘기가 이 경기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하나원큐는 1쿼터부터 리바운드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특히 7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걷어내면서, 1개의 공격 리바운드에 그친 우리은행을 압도했다. 1쿼터를 25-12로 크게 앞선 이유였다. 또 2쿼터 종료 1분여를 남기고 37-21, 16점차까지 벌린 점수는 이날 막판 승부처에서 1점차까지 강하게 따라붙은 우리은행에 역전을 허용하지 않은 원동력이 됐음은 물론이다. 게다가 어시스트 경쟁에서도 16-14로 이겼다. 이날 코트에 나섰던 7명의 선수가 모두 득점을 한 것을 비롯해 리바운드는 6명, 어시스트는 5명이 최소 1개 이상 기록할 정도로 전원 수비와 전원 공격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팀 플레이는 왜 진작 나오지 않았냐는 아쉬움이 들만큼 돋보였다.
여기에 식스맨인 김미연과 정예림의 새로운 발견은 1승 이상의 가치였다. 5년차이지만 지난해까지 철저히 벤치 멤버에 불과했던 김미연은 이날 1쿼터부터 3점슛 2개를 비롯해 10득점을 올리는 등 20득점-7리바운드로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2년차 정예림도 18득점-3리바운드-3어시스트로 역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두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 들어와서야 자신의 기록을 알고 깜짝 놀랄 정도로 '인생 경기'를 했다. 하지만 이들은 비시즌 기간 매일 새벽 5시 50분에 체육관 불을 가장 먼저 켜고, 500개 3점슛 연습을 함께 한 훈련 동기이다. 슈터 김미연은 3점슛 500개를 성공할 때까지, 정예림은 3점슛 500개를 쏠 때까지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강이슬과 구 슬이 부재한 상황에서 어쩌면 다시 없을 기회를 잡기 위해 이미 준비를 해왔던 것이다. 김미연은 "오늘 경기로 큰 자신감을 얻었지만 앞으로 더 궂은 일을 하면서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고, 정예림도 "신예이니 팀에 더 활력소가 되도록 하겠다"며 개인보다는 팀을 앞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 두 명처럼 생애 처음 1군 무대 인터뷰에 나서는 선수를 계속 배출해 내는 것이 하나원큐의 지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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