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포효하는 호랑이의 상징을 가슴에 새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벤투호가 '호랑이 해' 임인년 새해 벽두부터 우렁찬 승리의 함성을 내질렀다. 게다가 승리 이상으로 귀중한 것을 얻었다. 바로 젊은 에너지를 지닌 '영건'들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 벤투호의 2022년이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으로 가득 차 올랐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5일 저녁(한국시각) 터키 안탈리아 마르단 스타디움에서 아이슬란드를 상대로 전지훈련 1차 평가전을 치렀다. 아이슬란드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그간 상대해본 적이 없는 팀이다. 그러나 낯선 상대를 앞에 두고서 태극전사들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뜨거운 투지와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여주며 5대1의 대승을 거뒀다.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대승이다. 4골차 승리는 유럽 국가대표팀을 상대로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달성한 '역대 최다골 승리' 기록이기 때문이다. 무려 20년만에 나온 신기록이다. 종전 최다골 승리 기록은 2002년 5월 16일 부산에서 열린 스코틀랜드와의 친선경기에서 나온 3골차 승리(4대1)였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슴이 뜨거워질 '웅장한 승리'라고 표현할 만 하다.
그런데 이런 기록적인 승리 외에도 벤투호는 귀중한 것을 얻었다. 바로 새 기회를 얻은 '젊은 피'들이 기대 이상의 맹활약을 펼치며 대표팀의 미래를 밝혔기 때문이다. 확실한 지표로 입증된다. 이날 벤투호가 뽑은 5골 가운데 무려 4골이 '젊은 피'들의 A매치 데뷔골이었다. 조규성(전반 15분) 백승호(전반 29분) 김진규(후반 30분) 엄지성(후반 40분)이 기회가 올 때마다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심지어 이 가운데 김진규와 엄지성은 이날이 A매치 데뷔전이었다. 경험이 일천한 젊은 선수들이 'A매치의 부담감' 따위는 아랑곳없이 평소 K리그에서 보여준 각자의 폼과 기량을 그대로 펼쳐낸 것이다.
아무리 강심장인 선수들이라도 A매치는 부담스럽다고 한다. 국가를 대표해 온 국민의 성원을 등에 짊어지고 경기에 나서기 때문이다. 그러나 벤투호의 '영건'들은 긴장은 하되, 거기에 매몰되진 않았다. 오히려 그런 긴장감을 집중의 원동력으로 만들어 거침없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황희찬이 빠진 원톱 자리에 들어간 조규성은 손흥민의 빈자리를 메운 김진규와 환상호흡을 자랑했다. 전반 15분,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공을 잡은 김진규는 조규성이 순간적으로 수비 뒤쪽으로 침투하는 것을 보고 그림같은 로빙패스를 날렸다. 조규성은 기다렸다는 듯 오른발 슛으로 선제골이자 A매치 5경기 만의 데뷔골을 넣었다.
이어 백승호는 2-0으로 앞선 전반 29분, 화끈한 중거리 슛으로 A매치 데뷔골을 장식했다. 지난 시즌 우여곡절 끝에 전북 현대에 합류한 뒤 출전 시간을 늘리며 폼을 회복한 백승호가 시즌 중에 가끔씩 보여주던 트레이드 마크, '대포알 중거리슛'이었다.
후반에는 김진규, 그리고 교체 투입된 대표팀 막내 엄지성이 골맛을 봤다. 김진규의 활약은 아이슬란드전의 하이라이트였다. A매치 데뷔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침착하게 제 역할을 해냈다. 조규성의 선취골 어시스트에 이어 후반27분에는 직접 A매치 데뷔골까지 터트려 멀티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엄지성도 후반 40분 헤더골로 'A매치 데뷔골 풍년'에 동참했다.
사실 벤투 감독이 '영건'들을 선발 또는 교체 투입했을 때 이런 활약까지 기대한 건 아니다. 공식 A매치 기간이 아니라 손흥민 황희찬 황의조 등 해외파들이 합류하지 못했다. 그래서 K리그 선수들로만 터키 훈련을 진행했고, 그렇게 라인업을 구성했다. 실전을 통해 평가하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성과가 났다. 덕분에 전술 및 선수 활용 범위가 엄청나게 확장됐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이후 대표팀 전력에 대한 우려도 덜어내게 됐다. 젊은 가능성이 많이 등장한 덕분이다. 여러 호재가 한꺼번에 벤투 감독에게 찾아온 셈이다. 과연 벤투 감독이 이런 희망 요소들을 어떻게 다듬어낼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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