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힘들었죠."
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시즌 25세이브째를 따낸 정해영(21·KIA 타이거즈)의 첫 소감은 이랬다.
정해영은 2일 한화전에서 4-4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가 선두 타자 하주석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패전 투수가 됐다. 블론세이브라면 마무리 투수에게 언젠가는 한 번쯤 경험할 수밖에 없는 시련. 하지만 지난해 풀타임 마무리 생활을 시작한 이래 처음 내준 끝내기 홈런의 충격은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7월부터 시작된 난조까지 겹쳐 정해영의 구위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흘러나왔다.
정해영은 3일 팀이 6-3으로 리드한 연장 10회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끝내기 홈런을 내준 지 하루 만에 다시 마운드에 선 그의 투구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정해영은 선두 타자 정은원에 안타를 내주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어진 타석에선 제구가 흔들렸다. 포수 한승택이 정해영을 안심시키려 했으나, 볼넷을 내주면서 주자가 채워졌다. 이런 가운데 전날 끝내기포의 주인공 하주석이 타석에 섰다.
정해영은 높은 코스 직구를 앞세워 유리한 볼 카운트를 만들었고, 결국 삼진을 잡아냈다. 이어진 박정현 타석에서도 직구와 변화구를 섞으면서 삼진을 만들어냈다. 아웃카운트 1개만 채우면 세이브를 추가하고, 전날 끝내기 트라우마를 지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순간 제구가 다시 흔들리면서 김태연을 볼넷 출루시켜 2사 만루, 끝내기 위기를 자초했다.
타석엔 7회말 동점포의 주인공 최재훈이 섰다. 8회말 1사 만루에서 병살타로 물러난 최재훈의 집중력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 정해영은 초구 볼로 출발했으나, 최재훈의 방망이를 이끌어내면서 유리하게 아웃카운트를 꿀어갔고, 결국 루킹 삼진을 잡으면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시즌 25세이브. 정해영은 동료들과 승리 세리머니를 하면서 전날 악몽을 훌훌 털었다.
정해영은 "힘들었다"고 운을 뗐다. 이날 승부 뿐만 아니라 전날 아쉬움까지 더해진 감정. 그는 "볼넷을 내준 게 아쉽다. 안타를 맞으면 투구 수를 줄이고 다음 타자를 잡으면 되는데, 그러질 못했다. 볼카운트 싸움에서 졌다. 후속 타자는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갔기에 잡을 수 있었다"고 이날 승부를 복기했다. 또 "장타를 주지 않기 위해 강하고 힘있게 공을 던지려 했다. 볼넷을 준게 아쉽지만, 이후 유리하게 카운트 싸움을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이라이트는 전날 끝내기포 주인공 하주석과의 재대결이었다. 정해영은 6구 승부 끝에 하주석에게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정해영은 "하주석 선배가 타석에 설 때는 어제 생각이 잠깐 나기도 했다"며 "볼넷을 주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는데, 찰나의 순간 끝내기 홈런을 맞아 충격이 배가됐던 것 같다. 오늘은 이 악 물고 던졌다"고 미소를 지었다.
끝내기 홈런을 내주고 푹 잤다는 정해영은 "머리는 빨리 잊어버리는 것 같은데, 몸은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은 너무 힘들어서 숙소에 들어가면 곧바로 자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그는 "(장)현식이형과 (전)상현이형이 없는 상황이다. 세이브 상황이 아니더라도 나갈 준비가 돼 있다. 서로 뭉쳐야 하는 시기 아닌가 싶다"며 활약을 다짐했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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