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무거운 장비를 장착한채 파울 타구를 쫓아 더그아웃에 온몸을 던진 투혼. 롯데 자이언츠를 깨우고 야구팬들의 가슴을 울린 포수가 있다.
강태율(26)은 고교 시절 부산 지역 최고의 포수로 주목받았다. 1차지명으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지 8년째, 아직은 보여준 게 많지 않다.
롯데는 2017년 강민호가 떠난 뒤로 포수 자리의 공백을 메우지 못해 5시즌째 고전하고 있다. 심지어 주전 포수를 다투던 나균안-나원탁은 잇따라 투수로 전향한 상황. 하지만 아직 강태율의 입지는 단단하지 않다. 비운의 1차지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이유다.
군복무를 마친 뒤 자신감이 넘쳤지만, 지난해 단 19경기 출전에 그쳤다. 올해는 지난 4일에야 처음 1군에 등록, 6경기(선발출전 4)를 소화했다.
특히 5일 NC 다이노스전에서 보여준 간절함이 돋보였다. 5회초 수비 과정에서 1루 쪽으로 뜬 파울 타구를 달려가 잡아낸 뒤 그대로 더그아웃 안쪽으로 떨어져 나뒹군 것. 해설위원이 "빨리 체크해봐야한다"고 말할 만큼 덜컥하는 장면이었다.
"계단을 보긴 했는데…멈출 수가 없었어요. 잡아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거든요. 딱 잡았는데 정신 차리고 나니 넘어져있더라고요. 처음엔 많이 아팠는데…일어서서 걷고 보니 금방 괜찮아졌습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고, 그의 투혼이 롯데의 가슴을 울렸다. 롯데는 지난주 4승1패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강태율은 정보근과 함께 1군 마스크를 책임지고 있다.
그 동안 기회를 받지 못한 이유는 뭘까. 지난해 6월 이후 부진으로 용기마저 많이 잃었다. 스스로 '야구를 내려놓았다'고 표현할 정도.
"작년에 너무 안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어요. 조금만 실수해도 '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에 더 많은 실수가 이어졌죠. 올해는 멘털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을 겁니다. 겨울부터 열심히 했고, 기회가 온 거죠."
특히 동갑내기 친구 신용수와의 케미가 돋보인다. 신용수도 지난주 홈런 2개를 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강태율은 "(신)용수랑 '우리에게 기회가 왔다'하면서 으?X으?X했죠. 서로 의지하는 사이"라며 비로소 미소를 보였다.
팀내에서 강태율의 최대 장점으로는 적극적인 소통 능력이 꼽힌다. 찰리 반즈-서준원과의 호흡도 호평받았다. 반즈는 모처럼 7⅓이닝 무실점으로 쾌투했고, 서준원도 5이닝 무실점으로 345일만의 선발승을 올린뒤 강태율에게 감사를 표했다. 강태율도 "좋게 얘기해줘서 고마웠어요. (서)준원이하고는 자주 맞춰도 봤고, 얘기도 많이 했는데 반즈와는 처음이었거든요. 제 생각엔 투수들이 그냥 잘 던진 것 같은데…"라며 쑥스러워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언제나 그를 주목해왔다. 16일 만난 서튼 감독은 "2~3년간 주의깊게 봐온 선수다. 언제나 열심이다. 특히 경기 운영, 블로킹, 송구 할 것 없이 디테일에서 많이 성장했다. 중요한 순간 볼 배합도 좋고, 타석에서도 초구에 스퀴즈를 성공시킬 만큼 집중력이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정말 어렵게 잡은 기회에요. 절대 다치지 않을 거고, 가을야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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