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유격수로 풀타임 활약을 할 수 있을까.
LG 트윈스는 19일 파격적인 발표를 했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주전 유격수 오지환과 6년 총액 124억원의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보장액만 100억원에 달하는 '메가 딜'이다.
예상은 어느정도 됐다. 선수 수급이 점점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특급 선수가 FA 자격을 얻으면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시대가 돼버렸다. 주축 선수를 놓치면 후폭풍이 겁나는 구단들이 새롭게 생긴 비FA 다년계약 제도를 통해 선수를 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FA 자격을 포기하는 선수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그만큼 많은 돈으로 유혹을 해야 한다. 때문에 일찍부터 오지환 100억원설이 계속해서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처음에는 3년 전 첫 FA 계약 40억원에 이번 계약 60억원 정도를 더한 100억원 얘기인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새로운 계약 100억원 얘기로 규모가 대폭 상승해있었다.
하지만 100억원 가까운 규모가 될 줄 알았지, 이렇게 많은 금액이 발표될 거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오지환을 평가 절하하는 게 아니라, 그의 나이 때문이다.
1990년생 오지환은 이제 한국 나이로 34세가 됐다. 지난 FA 남은 1년을 채우고, 내년부터 새로운 6년 계약이 시작된다. 다시 말해 35세부터 40세에 적용되는 계약이다.
유격수는 야구 포지션 중 포수와 함께 가장 힘든 자리로 꼽힌다. 수비시 활동 범위가 가장 넓고, 타구가 가는 빈도도 높다. 때문에 30대 중반의 주전 유격수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LG가 오지환에게 이런 거액을 안겨준 이유는, 유격수로서의 가치를 인정해서다. 오지환이 갑자기 3루나 1루로 가는 시나리오라면 이렇게 많은 돈을 줄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LG는 오지환이 최소 4~5년 동안 지금의 기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오지환은 2009년 데뷔 때부터 큰 부상 없이 매 시즌 풀타임 소화를 해왔다. 선천적으로 튼튼하고, 몸 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다.
정신력도 좋다. 3년 전 30대 초반 나이에 얻은 첫 FA 기회. 당시 4년 40억원이라는, 자신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는 계약을 했음에도 야구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다. 30대 중반에도 큰 계약을 따낼 수 있다는 희망으로 오히려 더 열심히 야구를 했다. 그 무렵 가족이 생겨 책임감이 더해진 것도 야구에 더 매진할 수 있는 요소였다. 많은 전문가들이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선수의 야구가 더 늘고 있다며, 오지환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다.
어린 나이부터 LG의 주전 유격수가 되며 스타가 됐다. 물론, 인기팀 LG의 유격수로 늘 2% 부족한 모습에 많은 비난도 받았다. 이를 이겨내지 못하거나,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철부지' 시절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라운드 안팎에서 진지하고 점잖은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는 LG의 주장으로 호평을 받는 선수가 됐다. 아픔이 많은 선수였는데, 그 아픔을 독기로 승화시키더니, 일생일대의 큰 보상이 주어졌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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