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과연 안우진(24·키움 히어로즈)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최종명단 탈락은 불합리한 선택일까.
추신수(41·SSG 랜더스)의 소신발언을 두고 논쟁이 뜨겁다. 추신수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한인 지역 라디오 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해 안우진의 WBC 대표팀 합류 불발에 대한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안우진을 두고 "분명히 잘못된 행동을 했다"며 "제3자로써 들리고 보는 것만 보면 굉장히 안타깝다"고 운을 뗐다. 이어 "외국에 나가면 박찬호 선배님 다음으로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재능이 있는 선수"라며 "(내가) 한국에서 야구를 하고 있지만,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선수의 미래를 보고 감싸줄 수도 있지 않은가'라는 진행자의 의견이 나오자 추신수는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어릴 때 했다면 잘못을 뉘우치고 처벌도 받고, 출장 정지도 받고 다 했다. 국제 대회를 못 나간다. 제가 할 말은 정말 많은데"라며 잠시 한숨을 쉬었다. 또 "제가 선배이지 않나. 많은 야구 선배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은 일찍 태어나고 일찍 야구를 해서 선배가 아니다. 이런 불합리한 혜택을 보고 있는 후배들이 있으면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무도 나서질 않는다. 그게 너무 아쉽다. 후배들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고, 잘못된 곳에서 운동을 하고 있으면 바꿀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도움이 되려고 해야 하는데 그냥 지켜만 본다. 그게 너무 아쉽다"고 소신을 밝혔다.
안우진은 2022시즌 평균자책점(2.11)과 탈삼진(244개),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0.95), 투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7.95·스포츠투아이 기준) 부문 1위, 다승(15승) 공동 2위 등 리그 정상급 투수로 활약했다. 지난해 보여준 기량과 기록 상으로 보면 추신수의 발언처럼 안우진의 WBC행 불발은 '불합리'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WBC 대표팀 선발 기준은 기량 뿐만이 아니었다.
조범현 WBC 대표팀 기술위원장은 지난 4일 최종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안우진 관련 질문이 나오자 "30명의 선수를 선발할 때 기량과 더불어 나라를 대표한다는 국가대표의 상징적 의미, 책임감, 자긍심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고 답했다. WBC가 단순히 '야구 대회'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코리아(KOREA)'라는 국명과 태극기가 달린 유니폼을 입고 세계인 앞에 서는 무대라는 점에서 최고의 기량 뿐만 아니라 국가를 대표할 수 있는 품격까지 갖춰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부여했다.
추신수의 말대로 안우진은 과거의 잘못을 뉘우친다는 뜻을 수 차례 드러냈고, 피해자로 지목된 이들 중 일부가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완전한 용서와 화해'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그의 대표팀 합류는 자칫 '출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대표팀'을 만들 수도 있다. 안우진이 한국을 넘어 미국에서도 통할 재능을 갖춘 선수라는 점엔 이견이 없지만, 그런 재능도 결국 그라운드 안팎에서 동료, 팀에 도움이 될 때 비로소 빛을 볼 수 있다. 안우진 스스로에게도 또 다른 상처를 만들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대표팀 구성은 야구 선배들의 고뇌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을 수밖에 없었다.
태극마크를 짊어진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십 수 년전 태극마크를 달아봤던 추신수가 가장 잘 알고 있을 부분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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