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박)철우한테는 미안한게…."
박철우(38·한국전력)은 명실상부 한국 배구를 대표하는 '아포짓 스파이커'다. 2004년 현대캐피탈에 지명돼 삼성화재와 한국전력, 그리고 국가대표에서도 박철우는 '아포짓 스파이커'의 대명사로 활약했다.
올 시즌 박철우는 변신에 나섰다. 지난 5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전. 박철우는 3세트에 교체 투입됐다. 아포짓이 아닌 미들블로커로. 이후에도 박철우는 미드블로커로 교체되면서 코트를 밟았다.
한국전력은 현대캐피탈은 3대1로 제압하면서 4위로 올라섰다. 시즌 초반 9연패까지 빠지면서 하위권으로 쳐졌지만, 이제 당당하게 봄배구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경기를 마친 뒤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승리 소감을 전하던 중 "박철우에게는 미안하다"고 운을 ?I다.
권 감독은 "면담을 통해서 미들블로커로 바꾸면 어떤지 물어봤다. 아포짓으로 들어가기에는 우리 팀의 리시브가 좋지 않다. (서)재덕이가 (아포짓에서) 리시브를 해야 한다. 박찬웅과 조근호가 잘하고 있지만, 높이가 낮다"라며 "(박)철우는 블로킹 능력이 있는 선수다. 연습한 지는 2주 정도 됐는데 오늘 처음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20년 차를 향해가는 선수에게 포지션 변경을 요청하기는 감독도 쉽지 않았다. 권 감독은 "삼성화재에 있을 때 간혹 들어가기는 했지만, 꾸준하게 아포짓으로 뛰었던 선수다. 시즌 끝나고 할까 했는데 철우가 팀을 위해서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고마워했다.
첫 경기에서는 어느정도 합격점을 받았다. 권 감독은 "속공 연습은 많이 해야할 거 같다"고 웃으면서도 "블로킹을 따라가는 건 나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최고참의 '희생'에 팀 동료도 고마움을 전했다. 서재덕은 "철우 형의 미들블로커 이동은 우리에게도 도움이 된다. 타이스가 리시브가 안 될 때 내가 리시브를 하면 아포짓 공격이 없다. 철우 형이 라이트 공격까지 하면 양쪽 포를 살릴 수 있어 전략에 도움이 된다. 감독님께서도 그런 생각을 했고, 우리에게는 플러스다"고 말했다.
서재덕은 이어 "미들블로커로 들어가면서 자괴감이 들 수도 있지만, 선배로서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하는 모습에 우리도 최선을 다하게 된다. 철우 형에게 고맙다. 그런 부분이 팀에 도움이 되고 있다. 하나 하나 빈 구멍을 채우면서 좋은 경기력이 나오는 거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수원=이종서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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