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하재훈 매력이 없어졌어요." "운동을 잘하려고 그러는건데 어떡해요."
SSG 랜더스 김원형 감독은 플로리다 캠프에서 취재진에 둘러싸여 인터뷰를 하고 있는 하재훈을 보고 "네가 뭘 했다고 기자분들에 둘러싸여서 인터뷰를 하고 있느냐"고 타박을 하면서도 은근슬쩍 "매력이 없어졌다"고 했다. 하재훈 특유의 툭툭 한마디씩 던지는 유머가 이번 캠프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하재훈은 이번 시즌을 독하게 마음먹고 준비하고 있다. 웃음기를 줄이고, 진지해졌다. 김원형 감독은 그게 못내 아쉬운지 "너무 진지하다. 하재훈의 매력이었는데 그게 없어졌다"고 잔소리(?)를 했다. 하재훈은 "운동 잘하려고 집중해서 그러는건데 어떡하냐"고 반박했지만, 김 감독은 "그런건 경기 할 때만 보여주고, 평소에는 좀 웃고 재밌게 하고 해야한다"고 다시 맞섰다. 하재훈은 웃음이 터졌다.
직접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스프링캠프 기간 내내, SSG에서 가장 일찍 운동을 시작하는 선수는 추신수 그리고 하재훈이었다. 메이저리거 시절부터 성실하고 부지런하기로 유명했던 추신수는 여전히 새벽 5시면 웨이트트레이닝장에 나온다. 하재훈도 추신수와 함께 나온다. 하재훈은 "5시30분에 운동 시작이니까 그 전에는 일어나서 나온다"고 말했다. 훈련양만으로도 몸이 지치는 캠프 기간에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에 자신이 나태해졌던 것이라고 자책했다. 하재훈은 "예전에 미국에 있을 때는 원래 5시30분에 운동을 시작했다. 야수 할 때는 그랬다. 그게 몸에 뱄었는데 한국에 오고 나서는 (그렇게 안했으니) 내가 나태해졌던 거다. 지금부터는 다시 잘해야 한다"면서 대신 일찍 잠자리에 들어 6~7시간 이상 충분히 수면을 취한다고 부연 설명을 했다.
지난 시즌이 스스로 불만족스러웠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던 하재훈은 마무리 투수로 '세이브왕'까지 차지 하고, 부상으로 인해 결국 다시 야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지금은 팀의 백업 외야수. 자기 자리를 찾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외야가 빡빡한 팀 상황상 지난해 114번의 타석에 들어서는데 그쳤고, 결과도 아쉬웠다. 그래서 하재훈은 비시즌 휴식도 반납하고 질롱 코리아에서 2개월 가까이 실전을 뛰었다. 무조건 타석에 많이 들어서는 것이 호주로 간 유일한 목표였다.
하재훈은 "작년에는 솔직히 너무 감이 없었다. 타석에 들어서도 내가 뭘 노리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일단 공 보이면 공 치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호주에서 타석에 많이 들어서고, 한번 실수해도 그 다음 타석에서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서 내가 구상했던 타격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올해도 경쟁은 치열할 전망이다. 최지훈, 한유섬, 추신수 등 붙박이 외야수들이 존재하는 가운데 새 외국인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 역시 외야수다. 이 4명의 선수들이 일단 주전으로 시작하게 된다. 하재훈은 오태곤과 제 4 외야수, 1번 대타 자리를 두고 경쟁을 해야 한다. 하재훈은 "내가 뚫어야 한다. 누가 못해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내가 잘해서 들어가야 한다. 내가 스스로 차지하는 거 아니면 의미가 없다. 그거 밖에 없다. 길은 그거 하나 뿐"이라고 강조했다.
타자로 재전향할 당시, 하재훈은 "홈런왕을 해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었다. 역대 최초 '세이브왕' 출신 '홈런왕' 탄생이라는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나올 수도 있다. 그 도전이 여전히 유효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투수 다시 할 때도 '세이브왕 하겠다'고 했었는데 했다. 홈런왕도 언젠가는 하지 않겠나. 해내고 싶다"고 답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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