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상대 팀이지만, 부러운 마음이 들더군요."
지난 1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3' 개막전을 치른 박동혁 충남아산 감독의 경기 후 소감 중 일부다. 이날 충남아산은 'K리그2의 절대 1강'으로 불리는 김천 상무(군팀)와 격돌했다.
객관적인 전력 평가에서 김천의 우세가 예상됐다. 경기 전에 만난 박 감독도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김천은 강팀이다. 하지만 부담이 되는 건 오히려 상대방일 것이다. 우리는 승점 1점만 따도 충분히 이득이다. 선수들에게 편안하게 하자고 말했다"며 다크호스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이런 각오 덕인지 경기는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상대적 약체로 평가받았던 충남아산이 오히려 강하게 김천을 몰아붙였다. 전반전 유효슈팅 수 차이(6-1)에서 나타나듯 충남아산이 훨씬 공격적으로 나왔다. 결국 후반 선제골도 충남아산의 몫이었다. 후반 4분만에 두아르테가 골을 넣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충남아산의 주도권은 후반 25분 정도까지 이어졌다. 조심스레 이변이 예상됐다.
그러나 김천의 진짜 힘은 이때부터 발휘되기 시작했다. 성한수 김천 감독은 강력한 예비 전력들을 후반에 차례로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후반 12분에 김진규와 김동현, 후반 26분에 권창훈과 이준석을 교체 투입했다. 이를 기점으로 충남아산에 쏠려 있던 주도권이 차츰 김천쪽으로 넘어왔다.
그렇게 대역전극의 설계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권창훈은 마법 같은 드리블로 수비진영을 흔들었다. 김진규와 김동현은 스피드와 힘을 앞세워 충남아산 수비 조직력을 두들겼다. 그리고 마침내 동점골과 역전골이 탄생했다. 공교롭게도 교체 멤버들이 도움을 줬다. 후반 39분 이준석이 세트피스에서 크로스를 올려 이상민의 동점골을 이끌어내더니 후반 추가시간에는 김진규가 아크 정면에서 박스 안쪽의 조영욱에게 날카로운 킬패스를 보내 역전결승골을 이끌어낸 것.
결국 김천이 2대1로 역전승을 거뒀다. 비록 충남아산의 기세에 말려 경기 후반까지는 끌려갔지만, 끝내 자신들의 역량을 보여준 결과다. 특히 풍부한 벤치자원을 적극 활용해 만들어낸 역전승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패장인 박동혁 감독 역시 이런 부분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자신감을 갖고 비교적 잘 했다. 그런데 상대가 선수를 교체할 때마다 더 상대하기 어려운 센 선수들이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상대팀이지만, 부럽기도 했고 '저긴 왜 이렇게 좋은 선수들만 있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수비 조직을 무너트리는 개인 능력들이 모두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K리그2 미디어데이에서 대다수 감독들이 김천상무를 최강팀으로 뽑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바꿀수록 더 강해지는 팀' 김천의 진짜 얼굴이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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