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야마 히데키 감독(61)이 일본계 미국인 외야수 라스 눗바(26·세인트루이스)를 일본대표팀 명단에 올렸을 때,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많았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많은 베테랑도, 경력이 화려한 스타 선수도 아니었다. 202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눗바는 지난해 108경기에서 타율 2할2푼8리, 14홈런, 40타점을 기록했다. 홈런이 눈에 띄지만, 매우 평범한 성적이다.
정교한 타격 능력과 파워를 겸비한,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일본인 외야수가 많은데, 구리야마 감독은 메이저리그 외야수를 원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해야하는, 준결승전 이후 중요한 경기에서, 일본인 타자보다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야수가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눗바는 일본대표팀 사상 첫 비일본국적 선수다. 사이타마 출신 일본인 어머니와 네덜란드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LA에서 태어난, 미국인이다,
일부 일본프로야구의 레전드급 야구인은 언론 매체를 통해 '왜 미국 국적의 외야수를 뽑았는지 모르겠다'며 대표팀 예상 라인업에서 그를 뺐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1,2차전을 치르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대략 요약하자면 '몰라봐서 미안하다, 눗바'다.
10일 도쿄돔에서 열린 한국전. 3회초 한국대표팀이 일본 선발투수 다르빗슈 유(37·샌디에이고)를 공략해 3점을 뽑았다. 일본 입장에선 에이스 다르빗슈의 부진이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초반 흐름을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일본은 곧바로 반격에 나서 흐름을 바꿨다. 3회말 선두타자 8번 겐다 소스케(30·세이부), 9번 나카무라 유헤이(33·야쿠르트)가 김광현을 상대로 연속 볼넷을 얻었다. 무사 1,2루에서 1번 눗바가 1타점 적시타를 터트려, 반격을 알렸다. 풀카운트 승부에서 중전안타를 때렸다.
이 한방을 기점으로 일본 타선이 터졌다. 2번 곤도 겐스케(30·소프트뱅크)가 중견수쪽 1타점 2루타를 때렸다. 3회말 4점을 뽑아 4-3 역전에 성공했다. 6회말 사구로 출루한 눗바는 7회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를 추가했다. 2안타 1타점.
중견수로 나서 수비에서도 공헌했다. 5회초 1사 1루에서 김하성의 빗맞은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걷어냈다. 안타가 됐다면 흐름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그는 전날 중국전에서도 호수비로 찬사를 받았다. 빠른발을 활용한 넓은 수비 범위가 인상적이었다.
눗바는 중국전에서 두 차례 내야 땅볼을 치고 전력질주해 기회를 만들었다. 내야 안타를 만들고, 상대 실책을 유도했다. 구리야마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눗바의 전력질주가 팀 승리를 만들었다"고 칭찬했다. 첫날 2안타 경기를 했다. 1,2차전에서 8타수 4안타 1타점, 4사구 3개를 기록했다.
일본은 10일 한국전에서 13대4로 역전승을 거뒀다. 공수주, 투타에서 한국을 압도했다. 눗바를 비롯해 메이저리그 야수들이 맹활약을 했다. 5번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가 2안타 1타점, 5번 요시다 마사타카(30·보스턴)가 3안타 5타점을 기록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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