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27km를 찍었다. 아마추어 사회인야구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투구 스피드다. 그런데 이 공으로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34홈런을 때린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를 2타석 연속 범타로 처리했다. 심지어 오타니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11일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일본-체코전. 경기 초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전개됐다. 최강전력으로 평가되는 일본대표팀의 강타선이 낯선 체코 우완 선발투수를 맞아 고전했다.
1회말 1번 라스 눗바(26·세인트루이스)가 헛스윙 삼진, 2번 곤드 겐스케(30·소프트뱅크)가 스탠딩 삼진으로 아웃됐다. 이어 3번 오타니가 1루수 땅볼을 치고 물러났다. 순식간에 이닝이 끝났다.
2회말 4번 무라카미 무네타카(23·야쿠르트)가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이어 5번 요시다 마사타카(30·보스턴)이 중전안타를 치고, 6번 야마다 데쓰토(31·야쿠르트)가 볼넷을 골랐다. 이어 7번 야마카와 호타카(32·세이부)가 중전안타를 때로 1사 만루가 됐다.
하지만 하위타선이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8번 나카노 다쿠무(27·한신)가 2루수 뜬공, 9번 가이 다쿠야(31·소프트뱅크)가 3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체코 선발투수 우완 온드레이 사토리아(26)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사토리아는 3회말 2루타 2개를 포함해 3안타, 1볼넷을 내주고 3실점했다. 타자가 일순해 투구 패턴이 읽히면서 정타를 맞
기 시작했다.
그런데 3회말에도 메이저리그 선수인 눗바를 1루수 땅볼, 오타니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두 타자 모두 사토리아를 상대로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던지는 시속 150km대 강속구에 익숙한 이들에게 시속 130km가 안 되는 패스트볼이 매우 낯설었을 것이다. 이날 일본대표팀 선발투수 사사키 로키(22·지바 롯데)는 시속 160km 강속구를 연이어 던졌다.
야구가 비인기 스포츠 종목인 체코에 정식 프로리그가 있을 리 없다. 대표선수 대다수가 세미프로리그인 체코리그에서 뛰고 있는데, 야구를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 선수라고 한다. 파벨 하딤 체코 감독의 본직이 신경외과 전문의다. 메이저리그 출신인 일부 체코계 미국인 선수를 제외한 선수 다수가 직업을 갖고 있다.
사토리아는 1회말 오타니에게 시속 115km 체인지업을 던져 내야 땅볼을 유도했다. 2회에는 시속 116km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끌어냈다. 사토리아의 직업은 전기 기사다.
체코 선수들에게 비하면, 한국대표팀 선수들은 매우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
일본야구팬들은 느린 공으로 강타자를 상대하는 사토리아를 야구게임에 등장하는 선수같다고 했다.
답이 나와있는 것 같은데도, 알 수 없는 게 야구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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