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설상가상이다. 도쿄 참사 속 벼랑 끝에 몰린 한국야구.
태극마크의 하나됨이 눈 녹듯 사라진 자리에 내부 분열이 가속화 되고 있다. 한국대표팀을 하나된 마음으로 응원하는 분위기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
이제는 각 팀 팬들이 도끼 눈을 뜨고 선수 기용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려했던 최악의 갈등 양상이 현실화 되고 있는 상황. 요지는 '왜 우리 팀 투수들만 혹사를 시키느냐'는 불만이다.
논란의 중심은 김원중(롯데) 정철원(두산) 원태인(삼성)이다. 김원중과 정철원은 호주, 일본, 체코전까지 3경기 모두 마운드에 올랐다. 불펜의 핵이었던 두 선수는 대회 전 3월 초에 실시한 SSG, 오릭스, 한신과의 연습경기에도 출전했다. 6경기 연속 마운드에 오르며 총 40~60구 정도를 소화했다.
호주와 일본전에 등판해 위기를 막았던 원태인은 체코전 하루를 쉰 뒤 13일 중국전에 선발 등판한다.
지난 7일 한신과의 연습경기에서 27구를 던진 그는 본선에서 9일 호주전 26구, 10일 일본전 29구를 소화했다. 4일 간 3경기에 등판해 총 82구를 던진 셈. 이틀을 쉬고 다시 중국전에 선발 출격한다.
국제대회라는 단기전 특성상 현재 페이스가 좋은 투수의 잦은 등판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등판 빈도가 거의 없는 투수들이 있는 탓에 롯데 두산 삼성 팬들의 불만이 상대적으로 더 커지고 있다.
부상과 페이스 조절 실패 탓이다. 여기에 3타자 상대 규정까지 겹치면서 특정 투수 의존이 심해졌다.
LG 고우석은 대회 직전 부상으로 1경기도 뛰지 못했다. 같은 팀 정우영 김윤식은 페이스가 좋지 않아 1경기 등판에 그쳤다. 페이스가 더딘 NC 구창모와 KIA 양현종 이의리, KT 소형준도 단 1경기 등판에 그쳤다. 믿었던 5명의 좌완 투수 중 무려 4명의 페이스가 좋지 못하다. 경기 후반을 책임져 줘야 할 불펜 핵 고우석 정우영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투수들한테 과부하가 걸릴 수 밖에 없다.
설상가상 정철원이 투구를 마친 뒤 더그아웃에서 불편한 듯 팔을 만지는 장면이 팬들 사이에 회자되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팬들은 온라인상의 불만을 넘어 조직적으로 항의하겠다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
대표팀 이강철 감독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현재 가능한 구위의 투수를 쓸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렇다고 자기 공을 던지지 못하는 투수를 억지로 올려 패배를 자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무조건 세 타자를 상대해야 하는데 마운드에 올라가 동네북으로 전락하면 경기 흐름이 그 순간 넘어갈 수 밖에 없다.
안 쓰는 것이 아니라 못 쓰는 상황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만약 한국이 대회에서 선전했다면 이 모든 논란이 애국심에 묻혀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악의 경기력과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최악의 결과 속 대한민국이란 구심점을 잃은 팬심이 각 구단으로 뿔뿔이 흩어져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특정구단을 책임지고 있는 비 전임 대표팀 감독 체제의 치명적 단점 중 하나다.
의도나 현장 상황에 관계 없이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어렵다. 참사 속에 분열의 길을 걷고 있는 한국야구. 그야말로 안 되는 집안의 전형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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