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좁았지만, 일관됐던 스트라이크존. 한국 투수들을 무릎 꿇린 원인이었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발생한 한국 야구 대참사. 여러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건 결국 투수였다. 첫 경기 호주전부터 상대에 홈런 3방을 맞으며 무너졌고, 일본전에서는 4사구만 9개를 남발했다. 이는 이강철 감독도 대회를 마치고 인정한 부분이다.
선수 선발, 컨디션 관리, 경험 등 모두 중요한 요소지만 확실한 건 결국 실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 실력은 구위와 자신감이다.
이번 대회를 보면 특징이 있다. 스트라이크존이 정말 좁다. 컴퓨터 게임에서 딱 정해진 '네모' 존 안에 들어가지 않으면 심판의 손이 절대 올라가지 않듯 엄격했다. 이는 우리 팀에게만 해당된 게 아니었다. 모든 팀에 똑같았고, 매 경기 어떤 나라 심판이 구심으로 들어와도 일관됐다. 한국이 호주와의 경기 후반 따라갈 수 있었던 것도, 긴장한 호주 투수가 지나치게 코너워크를 하려 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해서였다.
결국 이 좁은 존에 국제 경험이 부족한 한국 젊은 투수들이 흔들린 느낌이다. 호주전을 보면, 생각지 못한 볼 판정에 당황하고 결국 스트라이크를 넣기 위해 가운데로 공을 우겨넣다 통타 당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호주야 이 타자들이 이렇게 잘 칠거라 생각지 못하고 방심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반대로 일본 타자들은 면면만 봐도 어마무시했다. 호주전 패배로 꼭 이겨야 하는 경기, 하필이면 일본팬들이 가득한 도쿄돔, 그리고 오타니와 눗바 등 최고 타자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스트라이크를 잡으려면 사실상 한가운데로 던져야 하니 투수들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었다는 걸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니 한참 빠지는 볼, 사구 등이 나왔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던대로 구위와 자신감 문제다. 존이 아무리 좁아도, 자신의 구위에 자신이 있었다면 가운데 던지는 걸 못하지 않았을 것이다. 밥만 먹고 공을 던지는, 각 팀에서 최고라고 인정받는 투수들이 모인 대표팀이다.
두 가지 문제로 연결된다. 첫째, 최고의 대회에 참가할 몸상태를 만들었냐는 것이다. 냉정히 대부분의 투수들이 100%가 아닌 모습이었다. 시즌을 생각한 건지, 아니면 전지훈련 스케줄 등이 너무 힘들어 도저히 몸을 만들 수 없었는지 원인은 여럿일 수 있다. 어찌됐든 국가대표 선수라면 대회 개막에 맞춰 최고의 몸상태를 만들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고우석처럼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는데, 골절 등 불의의 부상이 아닌 컨디션 난조로 1경기도 못 던진 투수가 나왔다는 자체가 엄청난 문제다.
두 번째는 KBO리그의 스트라이크 존 문제다. KBO리그는 지난 시즌 초반 존 상하 폭을 넓힌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 덕에 개막전부터 SSG 폰트의 퍼펙트 게임이 나올 뻔 했다. 이에 타자들의 불만이 속출하자 여름 즈음 슬그머니 이전 존으로 돌아갔다. 이렇게 존을 바꾼다, 그리고 돌아가는 모습만 여러차례다. 국제대회 적응력을 높이겠다며 존을 넓힌다고 했는데, 실상 이번 대회 존은 그 어느 때보다 좁았다. 혼돈의 연속이다.
타자들, 투수들이 번갈아가며 "우린 뭐 먹고 사냐"고 항변하니 힘들다. 그래도 확실한 기준을 잡고, 일관되게 스트라이크존을 유지해나가야 한다. 결국 넓은 존을 가지고, 요령으로 타자를 잡는 데 익숙해져버린 젊은 투수들의 구위가 올라오기 힘들다는 현장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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