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본)=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Kangaroos and Baseball. 호주 야구 대표팀이 새 역사를 썼다. 아쉽게 도전은 멈췄지만, 강팀이 됐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호주는 1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쿠바와의 8강전에서 3대4로 졌다. 아쉬운 패배였다. 조별리그에서 한국과의 접전 끝에 1점 차로 꺾은 호주는 3승1패로 8강에 진출했다. 호주 야구 역사상 첫 WBC 조별리그 통과였다. 호주는 2006년 초대 대회부터 2017년 대회까지 4회 연속 꾸준히 본선에 참가했지만 한번도 조별리그를 통과하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6년만에 열린 이번 WBC에서 대형사고를 쳤다. 첫 경기부터 한국을 꺾는 반란을 일으킨 호주는 일본을 상대로도 선전하면서 인상깊은 활약을 펼치며 8강전에 올라갔다.
한 경기만 더 이겼으면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준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좌절됐다. 쿠바전에서 호주는 팽팽한 초접전을 펼쳤다. 초반 선취점을 뽑은 호주는 5회에 불펜이 난조를 보이면서 3실점 했다. 그러나 만만치 않았다. 6회에 터진 릭슨 윈그로브의 투런 홈런으로 1점 차까지 추격했고, 이후 호수비 열전을 벌이며 쿠바 타선을 틀어막았다.
실점은 막았지만 추가점을 내지 못한 게 아쉬웠다. 찬스가 번번이 무산됐다. 그도 그럴 것이 쿠바는 현재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뛰는 강속구 불펜 투수들을 잇따라 냈다. 호주도 기회는 만들었지만, 득점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결국 1점 차 석패를 했다.
패배가 확정된 순간. 그동안 대회 내내 웃으며 축제 분위기를 즐겼던 호주 선수들이지만,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모두들 현실이 믿기지 않는듯 그대로 벤치에 굳은 채로 앉아있었다. 1점 차 패배인데다 두 팀의 실력 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아쉬울만 했다.
비록 호주가 대이변을 일으키지는 못했으나 이번 WBC에서 보여준 성장세는 대단했다. 호주의 WBSC 세계 랭킹은 10위에 불과하고, 이번 WBC를 앞두고 미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들은 하위권을 예상했었다. 잘해야 12~14위권이었다.
실제로 호주 대표팀의 면면은 화려하지 않다. 데이비드 닐슨 감독이 가장 강력하게 원했던 메이저리거 불펜 투수 리암 헨드릭스가 암 투병으로 인해 차출이 불발됐고, 탬파베이 레이스 최고의 유망주인 내야수 커티스 미드도 빅리그 입성을 눈 앞에 두고 있어 대표팀에 오지 못했다.
이번 WBC에 참가한 선수들은 대부분 호주프로야구(ABL)에서 뛰거나, 미국 마이너리거 유망주들로 구성돼 있다. 선수들의 몸값도 매우 낮다. ABL 선수들의 연봉은 굳이 비교하자면 1년에 몇백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세대 교체를 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팀 케넬리, 팀 애서튼, 워윅 서폴드 같은 베테랑 선수들은 물론이고, 한국전과 체코전에서 호투를 펼친 잭 오러클린, 알렉스 홀, 윈그로브 등 젊은 선수들이 확실히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강팀이 됐다.
실제 ABL을 겪어본 선수들은 "싱글A부터 트리플A까지 다양한 수준의 선수들이 모여있다"고 평가했다. ABL에서 최고의 선수들을 모아서 조직한 호주 대표팀은 강한 타선의 펀치력과, 수비 집중력 그리고 인상적인 투수들의 호투를 선보였다. 호주는 앞으로도 한국 대표팀이 국제 대회에서 자주 만나게 될 상대다. ABL의 성장을 바탕으로 이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대가 됐다. 국제 대회 호주전 16년만의 패배가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도쿄(일본)=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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