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기획된 연극같다.
'꿈의 매치', '세기의 맞대결'. 오타니 쇼헤이와 마이크 트라웃이 마침내 적으로 만난다. 일본과 미국이 세계 야구 왕좌를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이게 됐다.
일본은 2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에서 중남미 강호 멕시코에 6대5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결승에 진출했다.
일본은 3실점한 선발 사사키 로키에 이어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투입해 실점을 최소화하려 했지만, 3-3이던 8회 다시 2점을 허용해 끝내 무릎을 꿇는 듯했다.
MLB.com이 제시한 8회 종료 시점 일본의 승리 확률은 15.8%. 그러나 4-5로 뒤져 그야말로 패색이 짙던 9회말 선두 오타니의 우중간 2루타로 시작된 대역전 서사는 요시다 마사타카의 볼넷으로 탄력을 받더니 무라카미 무네타카의 끝내기 2루타로 마무리됐다. WBC 끝내기 안타는 통산 9호, 준결승에서는 첫 번째다.
결승은 22일 오전 8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전세계 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될 최고 수준의 양팀 간 빅매치는 뭐니뭐니 해도 LA 에인절스에서 한솥밥을 먹는 '투타 겸업' 오타니와 '현존 최강' 트라웃의 맞대결로 요약될 수밖에 없다.
MLB.com은 '이것은 절대적이고 궁극적이며 완벽한 엔딩이다: 오타니 vs. 트라웃'이란 제목의 기사로 분위기를 띄웠다.
두 선수의 이력을 보자. 트라웃은 2012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시작으로 2014년, 2016년, 2019년 세 차례 MVP에 올랐으며, 10번의 올스타와 9번의 실버슬러거를 연거푸 차지했다.
오타니는 2018년 아메리칸리그 신인왕, 2021년 만장일치 MVP 및 실버슬러거, 2년 연속 올스타 등 짧은 시간 메이저리그를 점령했다. 지난 시즌에는 역사상 최초로 규정타석과 규정이닝을 동시에 채우며 '이도류' 신화를 썼다.
두 선수는 포스트시즌서 함께 뛴 적이 없다. 트라웃의 마지막이자 유일한 가을야구가 2014년이었으니, 2018년 입단한 오타니는 말할 것도 없다. MLB.com은 '두 선수는 야구계가 포스트시즌에서 함께 보고 싶어 안달난 선수들'이라고 표현했다.
둘 다 챔피언십 매치에 출전은 하게 됐는데, 하필 서로에게 창끝을 겨눠야 하는 얄궂은 운명을 맞은 것이다.
오타니는 결승 진출이 확정된 직후 "미국은 마이크 트라웃 뿐만 아니라 1번부터 9번타자까지 누구나 다 아는 슈퍼스타로 꽉 차있다"면서 "그런 타자들과 대결을 하게 돼 설렌다. 일본 야구에도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역사적인 매치를 반겼다.
그러나 둘의 맞대결은 '투수와 타자'로 만나야 함을 의미한다. 오타니는 결승에 오를 경우 구원으로 등판하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내비쳤다. 그렇다면 지명타자로 출전했다가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는 진기한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오타니는 2016년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 재팬시리즈에서 지명타자로 출전했다가 마무리로 던진 경험이 있다. 그는 "당시 5회에 얘기를 들었다. 타석에 들어서지 않을 때 불펜에 가서 몸을 풀고 타석이 돌아오면 다시 더그아웃로 가 타격 준비를 했다"고 기억했다.
오타니가 마운드에 오를 때 트라웃 타석이 돌아오면 되는 것이다.
MLB.com은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오래 동안 기억에 남을 대결이 될 것'이라며 '야구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투수이자 지명타자가 미국 대표팀 주장을 상대로 등장한다면, 그건 놓쳐서는 안될 야구 게임일 것'이라고 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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