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김연경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웃었다. 상대 팀 감독의 예리한 눈에 걸린 김연경의 발이 이날 승부의 향방을 바꿀 뻔했다.
29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의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
지난 19일 현대건설과의 정규리그 최종전 이후 1주일 넘게 쉰 흥국생명에게 1차전, 그중에서도 1세트는 너무나 중요했다. 떨어진 경기 감각을 회복하기도 전에 자칫 초반 주도권을 내주기라도 할 경우, 분위기 싸움의 단기전에서 흐름이 꼬여버릴 수도 있었다.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 흥국생명이 1세트 초반 8-4까지 앞서며 도로공사를 압도했다. 그런데 흥국생명이 범실로 주춤하는 사이 도로공사의 캣벨과 박정아가 내리 4점을 뽑아내며 10-11로 역전했다. 이후 시소게임으로 전개된 경기는 한때 도로공사가 17-19까지 앞서기도 했다.
결국 25-25 듀스까지 간 1세트 막판, 옐레나의 백어택 성공으로 흥국생명이 한 점을 앞서나가며 26-25. 김미연의 서브로 시작된 랠리가 7번까지 간 끝에 김연경이 오픈 공격을 성공시켰다.
1세트 승리를 자기 손으로 가져온 김연경이 화려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며 포효했다. 그런데, 그 순간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이 센터라인 침범에 대한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김연경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리둥절해했고, 심판진도 정확한 순간을 알지 못했다. 전광판에 처음 나온 화면에서는 마지막 공격을 마친 김연경의 발이 센터라인 근처도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김종민 감독은 6번째 랠리인 캣벨의 공격을 김연경이 블로킹하는 상황이라며 재차 판독을 요청했다.
블로킹 후 착지한 김연경이 수비 자리로 가기 위해 뒤로 돌아서는 순간 왼쪽 발이 센터라인을 넘어간 듯한 장면이 나왔다. 깜짝 놀란 김연경의 표정도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네트 아래 정중앙에 설치된 카메라에 잡힌 영상으로 정밀 판독에 들어갔다. 김연경의 왼발 앞부분이 센터라인을 밟은 채 돌아나가는 모습이 정확하게 잡혔다. 간발의 차로 센터라인 침범 범실을 면한 것. 센터라인 침범은 발이 라인을 완전히 넘어가야 범실로 인정된다.
가슴 졸이며 지켜보던 김연경이 환호성을 지르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옐레나는 엄지와 검지를 모아 김연경의 눈 앞에 들어 보이며 놀라워했다.
힘겹게 따낸 귀중한 1세트가 이날 경기의 분수령이 됐다. 흥국생명은 세트스코어 3대1(27-25, 25-12, 23-25, 25-18) 승리를 거뒀다. 옐레나가 양 팀 최다인 32득점을 기록했고, 김연경도 26득점으로 큰 힘을 보탰다. 김연경은 특히 3세트를 내준 후 분위기를 넘겨줄 수도 있었던 4세트에서 무려 11점을 맹폭격하며 도로공사의 추격 의지를 꺾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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