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참사 직후, 프로 출신 고교 코치 한 분의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는 무척 격앙돼 있었다.
"아마추어 지도자들, 반성해야 해요. 아이들 위에 군림할 줄만 알았지 제대로 된 지도를 못해요. 심지어 야구 시범조차 못 보이는 지도자가 수두룩 해요."
가르치기 어려운 시대다. 예전 처럼 절대적 권위의 스승은 더 이상 없다. 실력이 부족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그러다보니 유소년 선수들은 자연스레 다양한 루트를 통해 피칭과 타격을 배운다. 유튜브를 통한 배움과 사설 야구 아카데미를 통한 야구 과외를 받는다.
이래저래 학부모의 허리가 휜다. 학교에 내는 돈 뿐 만 아니라 과외비까지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나무배트 등 장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돈 없으면 야구 못 시킨다'는 말은 사실이다. 아무리 운동 능력이 좋은 아이라도 집안 형편이 어려우면 야구를 시킬 수 없는 구조. 이래서야 최고 재능의 야구 유입은 불가능하다.
여기에 프로 레전드급 스타들의 지도자 전환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신분도 불안하고 돈도 안되기 때문이다. 두 배 이상 편안하게 벌 수 있는 방송사 해설위원이나 예능 프로그램으로 슬그머니 빠지기 일쑤다.
지도자 풀은 더욱 고갈되고 있다. 소위 '말빨'이 통하는 스타 출신 지도자는 더 줄고 있다.
프로가 이 정도니 아마추어 일선 현장은 말할 것도 없다.
일선 학교에는 대부분 배터리 코치 조차 없다. 체계적이고 디테일 하게 육성해야 할 포수들이 주먹구구 지도 속에 방치되고 있다.
설상가상 배움의 시간도 부족하다. 일선 학교에서는 비 현실적 학습권 보장을 위해 오후 늦게야 훈련을 시작한다. 실력 있는 지도자가 있더라도 가르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총체적 난국.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조금 더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야구판도 '수혜자 부담의 원칙'이 필요하다.
아마추어 꿈나무 육성의 최종 수혜자는 바로 KBO 리그 프로 팀들이다. 당연히 KBO와 프로 10개 구단들이 꿈나무 육성을 위한 장기적 투자를 해야 한다. 단순히 연고 지역 학교에 용품 지원을 하는 걸로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속 가능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프로 출신들이 상시적으로 아마야구 육성에 대거 투입돼야 한다.
재정적 부담은 학부모가 아닌 KBO와 10개 구단이 져야 한다. 미래를 향한 장기적 관점의 투자다.
수 많은 프로 출신들을 아마추어 순회 코치로 상시화 할 필요가 있다. 어린 학생 선수들은 사교육에 대한 재정적 부담을 줄여주고 수준 높은 배움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상당수 은퇴 선수들에게는 재취업 차원의 해법이 될 수 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 효과만점의 정책이다.
아마야구 지도자 문제를 성토한 야구인은 "솔직히 많은 사설 아카데미는 학생 하나 하나를 돈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만약 최고 스타 출신 이승엽 감독이 아카데미를 차렸다고 생각해 봐라. 거기는 마치 일타강사 처럼 엄청난 돈을 싸들고 경쟁해야 들어갈 수 있는 좁은 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구 교육의 평등. 더 늦기 전에 KBO가 나설 때다.
비 현실적이고 기계적 수업시간 채우기도 변화가 필요하다. 90% 가까운 선수들이 야구를 그만두는 현실에서 보편적 학습권 보장은 물론 중요하다. 다만 모든 정책은 실질적이어야 한다.
야간훈련을 한 학생선수가 낮 수업에 들어가 잠만 자다 나온다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차라리 학생 선수 수준에 맞는 일정 기준을 설정해 학업 테스트를 받도록 하는 편이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교육 개혁은 미래의 대계다. 가정 형편을 떠나 재능 있는 학생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오타니 쇼헤이 같은 월드 스타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KBO가 당장 발벗고 나서야 하는 이유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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