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개막 첫날부터 이적생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1일 2023시즌 KBO리그가 막을 올렸다. 첫날부터 대단한 승부들이 펼쳐졌다.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는 고척스카이돔에서 시즌 1호 연장전의 주인공이 됐고, 키움이 연장 10회말에 3대2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이에 질세라 잠실에서 곧이어 시즌 2호 연장 승부를 펼쳤다.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는 양팀 합계 26안타-22득점이 쏟아진 대단한 타격전을 펼친 끝에 두산이 12대10으로 이겼다. 키움과 두산, KT 위즈, SSG 랜더스, NC 다이노스가 개막전 승리팀. 이중에서도 이적 선수들의 활약이 첫날부터 돋보였다.
잠실 롯데-두산전에서는 지난해까지 두산에서 뛰었던 안권수가 1번타자 '리드오프'로 선발 출장했다. 재일교포 출신인 안권수는 두산에서 3시즌 동안 외야 백업 멤버로 활약했으나 병역 문제가 얽히면서 팀을 떠나게 됐다. 그리고 여전히 미래가 불투명하지만 롯데가 손을 내밀어 일단 올 시즌은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안권수는 개막전에서 잭 렉스와 더불어 롯데 타선에서 가장 돋보였다. 첫번째와 두번째 타석은 침묵했지만, 4회초 롯데가 두산을 압박하는 2타점 적시타가 안권수의 손에서 터졌다. 롯데가 1점 뒤져있던 9회초에는 두산 마무리 홍건희의 초구를 공략해 외야 전진 수비를 뚫고 우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3루타를 터뜨리면서 극적인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11회초 마지막 타석에서도 끈질긴 승부로 볼넷을 골라나간 안권수는 렉스의 적시타때 홈을 밟았다. 만약 롯데가 11회말 끝내기 홈런을 맞지 않았다면 결승 득점이 될 뻔한 장면이다.
고척 한화-키움전에서는 이적생 이형종이 끝내기의 주인공이 됐다. 프로 입단 이후 줄곧 LG에서만 뛰었던 이형종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퓨처스 FA 자격을 얻었다. 적극적인 타팀들의 '러브콜'을 받은 끝에 결국 키움과 계약을 하면서 새 팀, 새 유니폼을 입었다.
우익수 자리를 꿰차고 출발한 이형종은 이날 8회까지는 침묵했다. 병살타에 삼진, 뜬공으로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안타가 마지막 타석에서 터졌다. 2-2 동점 접전이 이어지던 연장 10회말. 2사 만루 찬스에서 장시환을 상대한 이형종이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끝내기 적시타를 터뜨리면서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형종은 생애 첫 끝내기 안타를 새 유니폼을 입고 첫 경기를 치른 날에 해냈다.
박세혁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NC는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개막전에서 8대0으로 대승을 거뒀다. 강인권 감독의 '2번 박세혁' 카드가 정규 시즌에서는 첫 선을 보이는 날이기도 했다. 팀의 장타력 문제 그리고 강한 2번에 대한 고민이 컸던 강인권 감독은 시범경기에서도 2번타자 박세혁 카드를 테스트해왔다. 포수가 상위 타순, 그것도 2번타자로 나서는 일은 어느 리그에서나 극히 드물다. 박세혁 역시 전 소속팀인 두산에서도 중심 타자로 출전한 적은 많지만 상위 타순에 놓이진 않았었다.
하지만 개막전에서 강인권 감독의 실험은 효과를 봤다. 박세혁은 4타수 3안타 1볼넷 1타점 1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이날 NC의 상위 타순은 박민우-박세혁-박건우-마틴 순이었다. 그중 1~3번 타자가 무려 7안타를 합작했다. NC가 15안타-8득점으로 대승을 거둘 수밖에 없었던 상위 타순 활약이다.
박세혁은 양의지의 두산 이적에 따라 NC로 이적하게 되면서 사실상 유니폼을 맞바꿔 입은 이적생이다. 그 과정에서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새 팀에서 시작한 첫 경기에서 자신의 활용 가치를 결과로 보여줬다. 산뜻한 출발이다.
=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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