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1점이 진짜 필요했었으니…."
두산 베어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대변화'에 들어갔다.
2015년부터 8년 간 팀을 이끌면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과 결별하고, '국민타자' 이승엽 감독을 새롭게 선임했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467개의 홈런을 치면서 개인 통산 홈런 1위에 올랐다.
현역 시절 MVP와 홈런왕을 5차례, 골든글러브를 10차례 수상할 정도로 KBO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였다.
홈런왕 출신이었지만 이 감독은 취임 당시 홈런을 앞세운 '선 굵은 야구'보다는 작전, 주루를 강조한 '세밀한 야구'를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현역 시절 일본 무대에서 뛰었던 영향도 있었다고 했다.
스프링캠프부터 변화의 조짐은 시작됐다. 작전 및 주루에 노하우가 풍부한 정수성 코치를 영입했고, 타자들에게는 한 베이스 더 가는 플레이가 강조됐다.
'이승엽표' 세밀한 야구는 개막전부터 나왔다. 8-8로 맞선 8회말 양석환이 볼넷을 골라냈고, 대주자 조수행으로 교체됐다. 조수행이 호시탐탐 2루를 노렸던 가운데 투수 견제 송구 실책이 나왔고, 무사 2루가 됐다.
김인태의 희생번트로 만들어진 1사 3루 상황. 타석에 선 이유찬은 1루 쪽으로 기습번트를 댔다. 투수 구승민이 급하게 달려가서 공을 잡아 홈으로 던졌지만, 조수행의 슬라이딩이 더 빨랐다. 두산은 9-8로 리드를 잡았다.
이승엽 감독은 "1점이 진짜 필요했었고, 수비를 앞으로 당겼기 때문에 스퀴즈에 대한 준비가 조금 허술하지 않을까 싶었다. 앞에 있으니 번트를 대지 않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주자 조수행이 워낙 빠르니 투수 정면이 아니면 충분히 승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사인을 냈다"고 설명했다.
연장 11회에도 두산의 작전은 빛을 봤다. 9-10으로 지고 있는 가운데 선두타자 정수빈이 안타를 치고 나갔다. 이어 허경민 타석에서 런앤히트 작전이 펼쳐졌고, 허경민의 안타가 나왔다. 정수빈은 3루에 안착.
후속타자 호세 로하스는 한결 더 가벼워진 마음으로 타석에 섰고, 끝내기 홈런을 날렸다. 로하스는 "마지막 타석에서 동점을 위해 희생타를 생각하고 스윙했는데, 운 좋게 실투가 들어오며 홈런으로 연결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믿음의 야구' 또한 존재했다. 부임 당시 이 감독은 '키플레이어'로 김재한을 지목했다. 4번타자로서 타선에 중심을 잡는다면 타선 전반에 시너지가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김재환을 살리는 것이 고토 타격 코치의 특명"이라고 말할 정도. 김재환은 5-8에서 8-8로 만드는 스리런 홈런을 쏘아 올리면서 '거포'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뽐냈다.
세밀한 작전 야구와 선 굵은 작전 야구가 모두 녹아들면서 이 감독은 사령탑 데뷔전에서 승리했다. 리그 원년, 감독 대행을 제외하고 감독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둔 건 이 감독이 28번째. 두산에서는 4번째다. 이 감독은 "선수 때 보다 기분 좋다. 선수 때는 나만 잘하면 되지만, 지금은 9명 누가 잘해도 애틋하다. 스승과 제자 사이인 만큼 더 애틋한 마음"이라고 사령탑으로 처음 느낀 승리의 기쁨을 즐겼다.
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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