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갖가지 응원 구호와 동작, 세리머니, 우렁찬 파이팅.
아마야구 현장 더그아웃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내일의 프로를 꿈꾸는 야구소년들의 열정. 그라운드에 선 동료를 응원함과 동시에 승리를 염원하는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기 위한 이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미소와 더불어 야구의 낭만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아마야구 일부 팀 더그아웃 풍경은 이런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선수들의 응원은 여전하다. 분위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춤사위까지 펼치는 '분위기 메이커'들의 모습도 마찬가지. 그런데 그 뿐만이 아니다. 개중엔 상대 선수를 놀리고, 야유하고 비하하는 그릇된 모습도 펼쳐지고 있다. 상대팀을 자극할 수 있는 이런 행위는 당연히 심판의 제재 범위 안에 들어간다. 그러나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심판 경고가 언제 있었냐는 듯 또 다시 야유 응원이 펼쳐진다. 아마야구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 수 년새 이런 모습이 부쩍 늘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아마야구 관계자들은 '규율의 실종'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도를 넘은 선후배간 규율 잡기가 사회적 이슈가 된 후, 대부분의 운동부에선 체벌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경기 중 상대팀을 야유하거나 비하하는 응원을 하더라도 누구 하나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선수단의 어른'인 감독, 코치가 구두로 경고를 해도 효과는 잠시 뿐이다. 자체 출전 금지 같은 제재는 학부모 민원 등 또 다른 문제 탓에 꺼내지도 못하는 분위기다.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제재에 학생 선수들이 꺼내드는 카드는 '전학'이다. 선수 수가 부족하거나 창단 1년 미만 신생팀으로 전학해 다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것.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규정에 따르면 타 학교 전학 시 6개월 간 출전할 수 없지만, 승인일 기준 창단 1년 이내 학교로 전학하는 경우 규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자율'의 탈을 쓴 '방종' 양상의 팀 운영도 더러 보인다. 감독, 코치들은 지도가 아닌 선수 관리에 치중하고, 선수들은 학교가 아닌 사설 야구 아카데미에서 기량을 익힌다. 아마야구 관계자는 "기본기를 배워도 모자랄 시기에 누가 더 빠른 공을 던지고 홈런을 많이 치느냐만 몰두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볼넷을 내줘도 제구가 아닌 구속이 몇 나왔는지 신경 쓰고, 배트 컨트롤이 아닌 힘으로만 타격을 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부진을 계기로 아마야구 책임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알루미늄 배트, 기본기 대신 결과에만 치중하는 선수, 지도자 등 다양한 이슈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야구가 KBO리그 800만 관중 시대에 취해 있는 사이, 그 풀뿌리는 더 썩어가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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