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시즌 출발이 산뜻하다. 아까웠던 영건 투수가 첫 등판부터 최고의 결과물을 얻었다. 이제 남은건 다른 결단이다.
SSG 랜더스 오원석은 시즌 첫 등판인 4일 인천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7이닝 2안타 6탈삼진 2볼넷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시즌 첫승. 그것도 완투승이다. 이날 저녁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경기가 7회말 도중 중단됐고, 32분간 경기가 멈췄다가 끝내 강우콜드가 선언됐다. 오원석은 강우콜드로 인한 행운의 완투승을 손에 넣었다. 사실 9이닝 완투승에 비해 그 자체로의 가치는 덜할지 모르지만, 투구 내용을 보면 충분히 칭찬받을만 했다. 부슬비가 내리는 상황에서도 7이닝 동안 단 1점만 내주는 위력적인 투구를 했다.
김원형 감독에게도 더 없이 힘이 되는 오원석의 호투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때부터 선발진 구성을 두고 고민을 해왔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2명(애니 로메로, 커크 맥카티) 외에도 4명의 선발 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에이스' 김광현과 오원석 그리고 박종훈, 문승원이다. 김원형 감독은 일찌감치 "6선발 생각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렇다면 6명 중 1명은 불펜으로 가야하는데, 가장 유력한 후보가 오원석이었다.
거액을 주고 데려온 외국인 투수들을 불펜으로 쓸 수도 없고, 김광현이라는 '에이스'의 존재도 마찬가지다. 박종훈은 투구 스타일상 선발이 더 적한한데다 문승원 역시 작년 후반기 마무리를 맡기도 했으나 스스로 부담감을 크게 느꼈다. 결국 오원석이 가장 적합할 수밖에 없었다. 김원형 감독은 "캠프때 가장 잘 던지는 투수 한명을 불펜으로 보내겠다"는 회유성(?) 멘트도 했다.
그러면서도, 오원석을 불펜으로 보내기엔 아깝지 않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아깝다"고 답했다. SSG가 제 2의 김광현이 되기를 고대하는 오원석은 지난해 경험을 쌓으며 한층 성장했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힘있는 투구는 그가 왜 가치있는 선수인지를 증명하는듯 했다. 이제 선발로 본격적인 자리를 잡아야 할 타이밍인데 팀 사정상, 선수 구성상 중간 계투로 활용해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기에 고민이 됐다.
그런 와중에 스프링캠프 막바지에 발생한 로메로의 부상은 일단 이 고민에서는 벗어나게 만들었다. 로메로가 개막 엔트리 승선을 하지 못하면서, 김광현과 맥카티, 오원석, 문승원, 박종훈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시즌을 출발했다.
오원석의 시즌 스타트는 좋았다. 이제 다음 고민의 시작이다. 로메로의 공백이 더 길어질 경우 결단을 내려야 한다. 나머지 선발 투수들이 전부 페이스가 좋다고 해도 외국인 선수 카드 3장 중 1장을 그냥 낭비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불펜 보강 등 다른 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고, 현재 선발진 중 한명을 불펜으로 보내는 강수를 띄우더라도 대체 선수를 데려오는게 더 낫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마냥 여유를 보일 때는 아니다.
일단은 선발진의 남은 물음표를 확실히 제거해야 한다. 수술 이후 제대로 된 첫 시즌을 맞이하는 문승원, 박종훈의 투구 내용 그리고 KBO리그 데뷔 등판에서 3⅓이닝 8실점으로 부진했던 맥카티가 어떻게 나아질지. 로메로의 복귀 가능성과 함께 계속해서 고민을 해야 하는 포인트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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