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2023시즌을 되돌아 볼 때 가장 선명하게 기억할 경기가 아닐까 싶다.
한국인 타자의 방망이에서 끝내기 홈런이 터졌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 파크에 모처럼 떠나갈 듯한 환호와 감격이 그라운드로 쏟아졌다
9회만 봐도 한 경기를 다 봤다고 해도 될 정도로 드라마같은 장면이 이어졌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2-4로 뒤진 9회초 1사 1,2루에서 채스 맥코믹의 좌측 2루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피츠버그 마무리 데이비드 베드나는 시즌 첫 블론세이브의 아픔을 맛봤다.
분위기가 휴스턴으로 넘어갔다고 보면 연장 승부를 예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진짜 드라마는 9회말에 펼쳐졌다.
선두 로돌포 카스트로가 우전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1사후 앤드류 맥커친이 좌전안타를 쳐 1,2루.
배지환이 타석에 들어섰다. 볼카운트 2B2S에서 7구째 상대 투수의 몸쪽을 파고드는 88.5마일 체인지업을 잡아당겨 우중간 담장을 향해 뻗어나가는 타구를 날렸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한 배지환은 들고 있던 배트를 그라운드로 집어던지고 천천히 뛰어나갔다. 1루를 돈 뒤 포효했다.
홈런을 얻어 맞은 투수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클로저 라이언 프레슬리다. 그는 뻗어나가는 타구를 슬쩍 보더니 외미다 비명을 지른 뒤 그대로 고개를 숙인 채 1루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더그아웃을 밟을 때까지 그는 한 번도 고개를 움직이지 않았다. 시즌 2패째.
프레슬리는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베테랑 불펜투수다. 미네소타 트윈스 시절 중간계투를 맡다가 휴스턴으로 이적하면서 마무리로 변신했다. 그는 지난해 50경기에서 33세이브, 평균자책점 2.98을 올리며 30대 중반의 나이에 정상급 소방수로 올라섰다.
90마일대 중반의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를 섞어 던지는데, 제구가 무척 안정적이다. 그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서 5경기에 등판해 11이닝을 던지면서 비자책으로 1점만 내주며 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4-1로 앞선 9회초 등판해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우승을 결정지었다.
지난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미국 대표팀으로 출전해 3경기 2세이브, 3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펼친 바 있다. 최근 가장 각광받았던 마무리다.
배지환은 경기 후 "팽팽한 긴장감을 흐를 때, 난 좀더 집중하려고 했다"며 "(앞선 타석까지)4타수 무안타였기 때문에 잔뜩 벼르고 있었다. (배트 플립은)저절로 그렇게 나왔다"고 소감을 나타냈다.
데릭 셸턴 피츠버그 감독은 "우리는 경기를 뒤집었다. 온갖 힘든 일을 헤쳐나가고 있다. 오늘 상대 투수들이 정말 좋았다. 특히 경기 후반 나오는 막강한 투수들을 공략해야 했다. 상대가 준 기회를 우리는 놓치지 않았다"며 감격해했다.
배지환의 끝내기 홈런은 메이저리그 데뷔 19경기, 71타석 만에 나온 것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이렇게 빨리 끝내기 아치를 그린 선수도 드물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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