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평균 연령 20세, MZ 세대로 구성된 '팀 코리아'가 제대로 사고를쳤다.
한국은 15일 일본 도쿄 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월드 팀 트로피 대회 마지막 종목,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차준환(21·고려대)이 1위에 오르면서 최종 랭킹 포인트 95점으로 미국(120점)에 이어 종합 2위에 올랐다. 개최국 일본을 3위로 밀어내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팀 트로피는 2009년 시작된 피겨 단체전으로 한 시즌 동안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6개국이 경쟁하는 ISU 공식 대회다. 한국이 팀 트로피에 출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며, 메달 역시 처음으로 획득했다.
아무도 예상 못한, 최고의 성과였다. 대회 마지막 종목인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를 앞두고 한국은 일본에 11점차로 뒤져 있었다. 차준환이 최소 2위 이상의 성적을 올려야 뒤집기가 가능했다. 무거운 부담을 안고 출전한 차준환은 완벽한 연기로 '9회말 끝내기 만루홈런'을 쳤다. 그는 기술 점수(TES) 95.54점, 예술점수(PCS) 92.88점으로 합계 187.82점을 받아 이탈리아 마테오 리조(187.35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차준환의 1위로 한국은 랭킹포인트 12점을 추가했고, 일본을 1점 차로 앞서는 기적의 역전극을 달성했다.
즐겼기에 가능했던 드라마였다. 처음으로 팀 트로피에 나선 한국의 젊은 피겨 선수들은 치열한 경쟁의 압박을 벗어던지고, 대신 부담 없이 즐기기로 마음을 모았다. 이해인(18·세화여고)은 팀 트로피 개막을 앞두고 "성적에 관한 욕심은 없다"며 "그런 생각보다는 어떤 응원을 펼쳐야 할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림 그리기가 취미인 이해인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 선수들의 모습을 스케치해 선물하기도 했다.
선수들은 대회 준비만큼 응원과 세리머니 준비에도 공을 들였다. '피겨장군'이라는 별명을 가진 김예림(20·단국대)은 점수를 확인하는 키스 앤드 크라이존에서 장난감 칼을 들고 세리머니를 펼쳤고, '삐약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해인은 병아리 인형을 들고 귀여운 포즈를 했다. '피겨 왕자' 차준환은 왕관으로 치장했다.
부담과 압박을 훌훌 털어낸 대표팀 선수들은 최고의 성적을 냈다. 이해인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개인 최고점을 경신하며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김예림은 컨디션 악화를 딛고 프리스케이팅에서 클린 연기를 펼치며 3위에 올랐다. 차준환은 쇼트프로그램에서 2위, 프리스케이팅에서 1위에 오르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남자 싱글에 나선 이시형(22·고려대)은 대표팀의 '응원단장'이었다. 그는 높은 점수를 얻진 못했지만, 응원을 주도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6개 팀 중 평균 연령(20세)이 가장 어리다. 대표팀 선수 중 단체전 경험이 있는 이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단체전에 출전한 차준환 뿐이었다. 아이스 댄스의 임해나(19)-취안예(22·이상 경기일반)조는 이번 대회가 첫 시니어 대회었고, 페어 종목에 출전한 조혜진(17)-스티븐 애드콕(27)조는 이번 대회가 국제 대회 데뷔전이었다. 부족한 경험 문제는 즐기는 마음으로 극복했다. 차준환은 ISU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한국 대표팀이 매우 자랑스럽다. 좋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는 대회를 즐겼고, 푹 빠져서 연기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였다. 역시 즐기는 마음이 주는 힘은 대단했다. 한국 피겨의 미래도 밝아보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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