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홈런성 타구가 잡혔을 때 해당 팀 팬들의 기분은 어떨까. 상대 야수가 무척 얄미울 것이다.
그런데 16일(한국시각) LA 다저스와 시카고 컵스가 맞붙은 다저스타디움에서는 같은 장면을 놓고 반대의 반응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0-0이던 2회말 무사 1루서 다저스 7번타자 제이슨 헤이워드가 좌타석에 들어섰다.
헤이워드는 컵스 선발 제임슨 타이욘을 상대로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80마일 한가운데 낮은 코스로 커브가 들어오자 힘차게 방망이를 돌려 가운데 방향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타이욘은 홈런을 예감했는지 불안한 눈초리로 타구를 심각하게 바라봤다.
그런데 컵스 중견수 코디 벨린저가 타구를 주시하며 펜스를 향해 전력질주한 뒤 펜스 위로 글러브를 뻗어 넘어가는 공을 걷어올렸다. 스타트를 끊었던 1루주자 미구엘 바르가스는 서둘러 귀루했고, 타이욘은 한숨을 내쉬며 벨리저를 향해 글러브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런데 다저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5만2375명의 다저스 팬들이 벨린저의 호수비에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응원해주는 것이 아닌가. 벨린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양팔을 벌려 팬들의 환호해 반응했다. 고맙다는 뜻인지, 황당하다는 뜻인지 알 수 없지만, 표정만은 웃음이 가득했다.
벨린저는 다저스의 프랜차이즈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2017년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차지했고, 2019년엔 MVP를 거머쥐었다. 그런 그가 2020년 이후 끝없는 부진에 빠져 작년까지 3년째 헤어나오지 못하자 다저스 구단은 지난해 11월 논텐터로 풀어버렸다. 더 이상 쓸모가 없으니 다른 팀과 자유롭게 계약해도 좋다며 쫓아낸 것이다.
벨린저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다시 의기투합해 컵스와 1년 1750만달러, 2024년 선수 옵션을 조건으로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올해 또는 내년 제 모습을 찾아 FA 시장에서 대박 터뜨려보겠다는 전략.
그런 그가 이적 후 처음으로 이번에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것이다. 그를 잊지 않고 있는 팬들이 이날 그의 멋들어진 수비에 열광했다고 보면 된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그게 그가 하는 일이고, 그는 안타를 빼앗는 일을 한 것"이라고 했다. 즉 다저스에서도 명성을 떨친 중견수 수비가 어디 가지 않았다는 얘기다.
벨린저는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첫 날 4타수 1안타 1득점, 이날 3타수 1안타 볼넷을 기록했다. 17일 오전 5시10분에 열리는 3차전은 컵스가 올해 다저스타디움에서 갖는 마지막 경기다. 다저스 팬들이 벨린저에게 더욱 뜨거운 응원을 보내줄 지도 모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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